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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an 17. 2021

나의 두 번째 살사 선생, 니콜라스

쿠바에서 형제는 그렇게 생겨난다


사슴 눈망울의 소유자 루이스와 두 번째 살사 수업을 하는데 이 녀석 정말 초보자 정도만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인가 보다. 나는 두 번째 수업이었지만 이미 콜롬비아에서 온원 살사를 쭉 배웠고 매일 살사 클럽을 다녔기에 쿠바 살사가 좀 다르더라도 금방 배웠던 것. 게다가 두 달 전에 쿠바 아바나에 거의 3주 있으면서 10시간 정도 쿠바 살사를 배웠기에 계속 새로운 패턴을 배워야 할 상황이었다. 루이스에게 더 배울 것은 없다고 생각될 즈음, 이 살사 학원의 원장인 니콜라스가 대뜸 중앙 홀로 루이스와 나를 오라고 하더니 살사를 춰보랜다. 루이스와 살사를 추기 시작했는데 바로 니콜라스가 나를 데려가더니 자기가 가르치기 시작. 그렇게 순식간에 선생이 바뀌었다.


학원에 놀러갔다가 니콜라스와 춘 살사 (루이스 촬영중)


기존에 배운 것이 있어서 매일 여러 가지 패턴을 배웠고 5시간 정도까지는 뭔가 계속 배우고 연습하고 했던 것 같다. 사실 살사는 남자가 리드하는 춤이라 여자는 굉장히 배우기 쉽다. 니콜라스는 마른 편이라 팔 꺾는 동작을 요기 다니엘 수준으로 마구 꺾어가며 살사를 췄다. 나야 그의 리드에 맞춰 두 팔에 힘을 빼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 않게 새로운 동작을 그냥 따라갔다. 그렇게 5-6시간 지나니 딱히 새로운 뭔가를 배울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가 7-8시간쯤 니콜라스가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치마를 입으라 하더니 따라 하라고 하고는 이상한 원주민스러운 음악을 틀고는 무릎을 굽히며 춤추기 시작.


이게 뭐지?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거지?


그것은 바로 룸바였다. 춤을 배운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느낌. 도대체 이 춤은 뭔가 싶을 정도로 재미도 없고 같은 동작 반복에 왜 이렇게 추는지도 모르겠는 나에겐 의문 투성이에 의욕 상실까지 안겨줬다. 룸바. 당시만 해도 더는 룸바 배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두어 시간 후, 한 번은 니콜라스가 바빠서 다른 선생이랑도 춰봤는데 역시 선생이 바뀌니 또 좀 재밌네? 매번 같은 선생이랑 춤을 추면 약간 지루해진다. 왜냐하면 그들도 나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춤 패턴이 있고 매번 음악마다 새로운 패턴으로 추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니콜라스, 그리고 9번째 수업을 해줬던 당헬
니콜라스와 기념촬영


그다음이 10번째 시간, 바로 마지막 수업이었다. 마지막 수업은 잉글라테라호텔에서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와이프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대답한 니콜라스. 흔쾌히 허락을 받고 우린 마지막 한 시간을 호텔 잉글라테라의 루프탑에서 춤추며 놀았다. 꽤 괜찮았던 선택.


잉글라테라호텔 루프탑에서 했던 니콜라스와의 마지막 수업


그 후로 종종 한국인 여행자 중에 살사 학원을 찾는 사람이 생기면 니콜라스의 학원을 소개해주곤 했다. 니콜라스가 고마웠는지 가끔 시간 되냐며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학원으로 오라고 했고 그때 가면 춤을 알려주겠다며 살사 외에 룸바와 손(Son)을 알려주곤 했다. 종종 소개해드린 분 레슨 시간에 놀러 가기도 했는데 간혹 학원에 가면 니콜라스가 대뜸 나를 불러서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살사를 추기도 했다. 고객에게 보여주기 식 춤 파트너 정도? 특히 Son이라는 걸 배워야 한다며 막 춤을 리드하는데 뭐랄까. 원리를 알려주기보다는 음악을 틀어놓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랄까? 그렇게 니콜라스와 Son을 연습했다. 얼굴에 까슬까슬한 수염이 많던 니콜라스가 내 볼에 얼굴을 대는 동작도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얘가 왜 이러지?’ 했었는데 나중에 다른 학원에서 손(Son)을 따로 배웠을 때 알게 되었다.


아.. 니콜라스랑 췄던 게 다 Son 동작이었구나


그렇게 우리는 언제부턴가 서로 형제자매로 부르며 더욱 친해졌다. 학원을 자주 왕래하며 니콜라스의 프랑스 와이프와도 친해졌고 이제 겨우 2-3살 정도 된 그들의 딸과는 같이 놀아주며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종종 잉글라테라 호텔에 간다며 거기서 보자고 알려주기도 하고 우린 루프탑 바에서 만나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그들이 나중에 가르쳐준 한 가지. 절대 쿠바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 특히 니콜라스 와이프가 강조했던 말들이 생각난다.


믿을 수 있는 쿠바 사람은 정말 몇 명 안 된다는 것. 8년을 쿠바에서 살며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는 그녀의 말을 난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우리가 다 아는 사실 하나 더, 해외 나가면 한국인을 조심해라! 그럼 난 한국인도 조심해야 하고 쿠바인도 조심해야 하니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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