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잠깐 눈이 날렸다
막내 입에 밥을 넣어주다 말고
거실창 앞으로 데려가 같이 눈구경을 했다
눈과 눈-
어느 단어를 길게 말하는 거였더라.
저번에도 찾아서 꼭 기억해야지 했던 건데
찾아보지도 않고 또 궁금하기만 하다.
눈은 내리지 않고 날렸다
어느 때 보았던 눈이 가장 예뻤더라.
중2 때 어느 겨울밤.
가위바위보 라디오를 듣다가
내 방 창문에 돌을 던지던 친구들을 따라 나와
줄넘기 연습하던 놀이터에
노란 골목길 갓전등 밑에
역전으로 넘어가는 언덕길 아래에
앉다가 눕다가
동네 사람들이 깰지도 몰라
마음대로 낄낄대지도 못했던
그 밤의 눈이 가장 좋았구나
하지만 눈만으로
좋은 기억이 추억되는 것은 아니다
같이 있던 이들,
했던 말, 단어,
주고받던 눈길, 잡았던 차가운 손.
감정이 있으니. 기억이 오래 남고.
결국은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겨울 주말 오후의 잔 햇살이
남은 커피거품 위에
앉았다
오랜만에.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