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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1

한 수도자의 이야기

아빠(Abba) 포맨이 아빠 요셉에게 말했다. “어떻게 수도자가 되는지 말해주십시오.” 아빠 요셉이 대답했다. “만약 그대가 지금 이전이나 이후 어느 상황에서라도 평화를 찾기를 원한다면, '나는 누구인가?'하고 물으면서 어느 누구도 판단하지 마시오.” <사막 교부들의 금언들> 중에서


1장 (Part One)


한때 자신의 삶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아무 생각이 없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어느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 알았다. 나는 수도원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냥 아무 수도원이 아니라 진짜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그는 곧장 진짜 수도원을 찾아 떠났다. 얼마 뒤에 첫 수도원에 이르자 문을 두드렸다. 문지기가 문을 열면서 젊은이에게 물었다. “안녕하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젊은이가 대답했다. “저는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진짜 수도원이어야만 합니다. 여기는 진짜 수도원입니까?”


문지기는 검은 눈으로 젊은이를 두루 살피면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당신은 이곳에 언제든 환영입니다만 안타깝게도 나는 당신이 진짜 수도원에는 있지 않다고 말해야겠네요. 당신이 보는 것처럼 우리는 가짜 수도원입니다. 우리는 그냥 그런 척하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당신 마음이 진짜 수도원에로 정해져 있다면 계속해서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진짜 수도원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리 멀지 않으니 곧 떠나십시오. 그곳에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젊은이는 기뻤다. 그는 문지기에 작별인사를 하고 진짜 수도원을 찾아 길을 떠났다. 곧 숲으로 들어서는 작은 길에 도달했는데 거기에 큰 표시가 있었다. “진짜 수도원 100미터.” 흥분된 젊은이는 작은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섰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문지기가 곧 나와서 물었다. “안녕하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순간 젊은이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왜냐하면 그는 저 위쪽에 있는 가짜 수도원의 그 문지기가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젊은이가 말했다. “저는 진짜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문지기는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당신은 바로 찾아왔습니다. 어서 들어오시오. 내가 당신을 수련자들에게 안내해 주겠소. 거기에서 분명히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오.” 그곳에 가는 도중에 문지기는 젊은이에게 길 위쪽에 있는 가짜 수도원에 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말해주었다.


젊은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련기에 접어들었다. 그는 동료 수련자들 뿐만 아니라 만나는 모든 수도자들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남은 생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수련장에게 가서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서원을 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수련장이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원장님과 만나셔야 합니다.”


곧 수도원장과의 만남이 주선되었고, 젊은이는 그의 성소에 대해서 수도원장과 대화하기 위해 앉았다. 수도원장은 어떻게 해서 그가 서원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다. 젊은이는 대답했다. “저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잘 대해주고, 저도 모든 수도자들을 좋아합니다.”


수도원장이 말했다. “참 듣기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형제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고 형제가 계속해서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형제는 수련기로 돌아가서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형제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젊은이는 크게 상심하면서 떠났다. 왜 수도원장은 그가 서원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일까? 그가 뭔가 잘못 말했기 때문일까? 그가 성소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크게 상심했지만 젊은이는 수련자의 생활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수도원장의 부드러운 거절은 젊은이로 하여금 그의 잘못, 실패와 가정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했고, 이로부터 열성을 가지고 수도원의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다양한 관습을 배우게 되었다. 곧 그는 이 모두에 정통하게 되었다.


일년이 좀 더 지나서 젊은이는 수도원장이 물을 수 있는 어떠한 질문이라도 올바로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하면서 수도원장이 그동안 잠시 자신을 기다리게 한 것이 그의 지혜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젊은이는 수련장에게 자신은 서원을 할 준비가 되었으며 수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련장은 젊은이가 수도원장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수도원장이 말했다. “저는 형제가 여전히 서원을 하기를 원하며 우리와 함께 수도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왜 그대는 서원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지 제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젊은이가 대답했다. “저는 이것이 하느님께서 제게 바라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을 이해했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것이야말로 제가 반드시 해야 하는 어떤 것임을 압니다. 나아가 저는 수도원의 전통과 카리스마를 배우면서 그것이 저와 깊이 일치되어 있고, 그것이 제 안에서의 부르심임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수도원장은 전심으로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가 젊은이에게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것은 확실히 깊이 있는 것입니다. 그대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부르심에 대한 그대의 확신은 다만 들음으로서 제 자신조차 수도자의 삶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진실로 준비가 될 때까지 그대는 다시 수련기로 돌아가야만 하겠습니다.”


수도원장의 집무실을 떠날 때 젊은이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실은 산산히 부서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도대체 수도원장이 과연 무슨 말을 듣기를 원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그는 자신이 질이 나쁜 수도원의 절반 가량의 수도자들보다 더 깊이 수도원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수련기로 돌아갔다. 그는 이미 필요한 공부를 마쳤기 때문에 포도 가지치기와 당근을 솎아내는 정원일을 거들면서 병실에서 봉사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이러한 일들을 수년동안 계속해서 했다. 어느날 수도원장이 수련장에게 물었다. “수도서원을 하는 일에 몰두하던 그 젊은이는 어떻게 지냅니까? 그는 더 이상 그 일에 관심이 없나보지요?” “그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수련장이 말했다. “그가 불행해 보입니까?” 수도원장이 물었다. “아니요. 그는 만족해 하는 것 같습니다.” 수련장이 대답했다. “그는 말수가 줄었습니다. 그리고 정원에서의 일을 계속하면서 병실의 나이 든 수도자들을 위로하고 수련기에 있는 새로 들어온 이들을 격려합니다.”


“그를 내게 데려와 주십시오.” 수도원장이 말했다. 그가 오자 수도원장이 질문을 시작했다. “저는 아직도 그대가 수도서원을 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대는 더 이상 예전에 우리 수도원의 전통을 열심히 공부하던 때처럼 서원을 하는 일에 대해서 갈망이 없는 듯 보이는군요. 그 모든 생각을 함께 그만두었나 보지요?”


그는 수도원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의 주름이 그가 어느새 상당한 시간동안 수도원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있었고, 아무 것도 방어할 것이 없는 가난한 자의 평화가 있었다. 그가 수도원장에게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제 수도원입니다.”


수도원장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신비의 한 가운데를 꿰뚫는 것처럼 그를 깊이 바라보았다. 수도원장의 시선은 그에게 고정되어 과연 그가 진실로 그가 말한 것을 알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그에게 일어난 모든 변화와 판단을 엄밀히 조사하고 있었다. 수도원장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그 앞에 우뚝 서며 말했다. “그대는 우리의 전통을 모두 익혔습니다. 저를 축복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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