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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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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과 랑데뷰(rendezvous)

기숙사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바라보며

우주가 걸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먼 우주 갤럭시에서 온 외계인들,

보기만 해도 가슴 벅찬 존재들,

고개만 들어도 빛이 나는 존재들,

우리별에 잠시 들러 새로운 언어와 문물을 배우려 한다.


지구 대표인 나는 도대체 어떤 표정과 손짓으로 이들과 소통할까.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모른다.

지구적 표현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식으로 정의할 수도 없다.


그들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다.

빅뱅이 만들어낸 규정할 수 없는 생명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신세계다.


새로운 세계가 모여들고 있다.




그때 그시절을 떠올려 본다.

라일락 꽃 향기를 맡으며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던 시절.


나는 대학 1학년으로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WE'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불어로 'Oui(we)'는 'Yes'라는 뜻이며, 영어의 '우리(we)'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학 캠퍼스 이곳 저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길가는 대학생을 붙들고는 대학생활을 다르게 해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렇게 4명의 남학생과 4명의 여학생이 모여 WE가 시작되었다.

출범식은 대명동 계대 캠퍼스로 원정을 가서 했고, 같이 여행도 가고, 독서 토론도 했다.

우리 가운데 둘은 CC(Campus Couple)가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대학 1학년을 보냈다.


영원할 것 같던 그 시간은 이제 오랜 추억으로 남아있다.

늦은 밤, 기숙사 앞을 서성거리던 남학생은 중년의 남자가 되었다.


우주에서 온 신입생들이 그 삼십년 전 추억을 소환한다.

그들은 나에게 새로운 생각, 낯선 느낌, 광활한 상상을 가르쳐 줄 것이다.


이제 그들을 만나러 간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눈빛으로 호의를 건네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천천히 말할 것이다.


'헬로(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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