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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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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그리워(春望)

시인 두보의 마음으로

봄은 그렇게 온다.


길가에 물을 잔뜩 머금은 목련꽃에서


반팔을 입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학생에게서


왠지 바깥으로 나가 걷고 싶은 마음에서


달리고 싶은 신부의 콩닥거리는 심장에서


로이킴의 '봄봄봄'이 듣고 싶을 때


봄은 그렇게 온다.




봄이 그리워(春望) 쓴 두보(712-770)의 시를 읽어보자.


國  破  山  河  在 (국  파  산  하  재)

나라는 깨져도 산천은 그대로이니


城  春  草  木  深 (성  춘  초  목  심)

성에 봄이 와 초목이 우거졌구나


感  時  花  濺  淚 (감  시  화  천  루)

나라꼴이 이러하니 꽃을 보아도 눈물이 흐르고


恨  別  鳥  驚  心 (하  별  조  경  심)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烽  火  連  三  月 (봉  화  연  삼  월)

봉화는 삼월까지 끊이지 않아


家  書  抵  萬  金 (가  서  저  만  금)

고향 편지는 만금만큼 값지구나


白  頭  搔  更  短 (백  두  소  갱  단)

흰머리는 긁을수록 자꾸 빠져만 가서


渾  欲  不  勝  簪 (혼  욕  불  승  잠)

이제는 비녀 꼽기도 어렵구나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만나 정신줄을 놓고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안록산이 때를 놓치지 않고 반란을 일으킨다. 반란군은 순식간에 수도 장안을 점령했고 현종은 서둘러 도망친다. 장안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쑥대밭이 되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봄이 오자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난리 통에 피어난 꽃을 보면서 시인은 <봄이 그리워> 노래한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지금 겪는 상황도 그 시절 장안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벌써 1년을 훌쩍 넘긴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우리 삶은 황폐해지고 마음은 메말라간다. 봄은 왔지만 아직도 마스크를 못 벗는 얼굴에서 반짝이는 눈만을 들여다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봄은 바라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것이다. 

아쉬움으로 걱정으로 바라보기보다 살뜰한 마음으로 봄내음을 깊이 들이쉬고 봄날 오후의 대학생처럼 생기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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