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부수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친구의 딸을 만났다

춘삼월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난 일 1

늦은 밤 전화가 왔으나 받지 못했다.

문자로 남긴 이름을 보니 왠지 익숙한 이름이어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 반가운 목소리는 자신을 성당 친구로 소개했다.


거의 삼십년만에 통화를 하게 된 친구가 말했다.

"내 딸이 이번에 대가대에 입학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나중에 인사하러 가라고 할께."


뭐랄까, 한번도 생각 못한 현실이 갑자기 다가와 내 뺨을 한대 후려친 느낌이었다.


이튿날, 교목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 앞을 서성거리던 왠 여학생이 쭈볏쭈볏하며 들어온다.


바로 알아보았다. 


내 친구의 딸!


환히 웃는 우주인은 캠퍼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새내기였다. 짧은 인사 뒤에 헤어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상속 질문이 쏟아졌다.


'만약 내가 친구처럼 결혼을 했더라면 나도 대학 입학생을 둔 아버지가 되지 않았을까.'


조금은 아찔하면서도 놀랍고 당황스러운 감정이었다.  


그날 오후, 자율전공학부 학생회실을 방문했다.

몇 몇 남학생이 앉아 있다가 인사를 하는데 한 학생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가 신부님을 잘 안다고 하시던데요."

"어떻게 아버지가 나를?"

당황하며 되묻자 학생이 대답했다.


"아버지와 성당 친구라고 그러시던데요."




이번 주 <가톨릭 사상> 수업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두 번의 예상치 못한 만남으로 나는 먼저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친구의 딸 뿐만 아니라 아들까지 신입생으로 둔 신부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그리워(春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