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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클럽

연중 제26주일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이 필요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문제는 돈만 좋아하고 돈만 필요한 사람입니다. 


물건을 이용하고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데 사람을 이용하고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 죄입니다. 사람을 이용하고 돈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죄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지상최대의 과제입니다.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대기업 회장은 온갖 고생을 하며 수십조의 돈을 벌었지만 그 돈 때문에 자식들이 싸우는 것을 보다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돈을 쓰지도 못하고 떠난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요? 있어야 하고 많으면 좋은 돈에 적당한 양이 있을까요? 어쩌면 좀 모자랄 때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왕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다가 가난한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즐겁게 노래하며 일하고 있었고, 쉬는 시간에도 보잘것없는 음식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행복해 했습니다. 왕이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저들은 가난한데도 어찌 저렇게 행복한가?”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저들이 99클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9클럽, 그것이 무엇인가?”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금화 동전 99개를 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왕에게서 금화 99개가 든 자루를 받은 신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그것을 농부의 집 앞에 갔다 놓았습니다. 밭일을 하러 문을 나서던 농부는 뜻밖의 자루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열었는데 놀랍게도 금화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농부는 기쁨의 환성을 지르며 떨리는 손으로 금화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세어보아도 금화는 99개였습니다. 농부는 이해할 수가 없어 집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기도 했지만 마지막 금화 1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다시 세어보라고 해도 여전히 금화는 99개였습니다. 


농부는 결심했습니다. 금화 1개를 채워 100개를 만들겠다고.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더 열심히 일해서 빠른 시일 내에 금화 1개를 채워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날부터 그들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더 많이 일해야 하니 쉬면서 웃고 노래할 수 없었고 서로를 챙겨줄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오히려 생각대로 돈이 모이지 않으니 불안하고 걱정되어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의 아내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금화가 99개나 있는데 자신은 누더기 옷을 입고 소처럼 일해야 하는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 몰래 금화 3개를 꺼내 멋진 옷과 화장품을 마음껏 사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아내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계속 일만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이 아버지가 몰래 숨겨둔 금화에서 3개를 꺼내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 흥청망청 쓰고 돌아왔습니다. 93개로 줄어든 금화를 보며 절망감과 박탈감에 빠진 농부는 아들을 몽둥이질 한 뒤 다시는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달 후 왕과 신하가 다시 그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왕이 본 그 가족은 더 이상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격은 거칠어졌고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왕이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저 가족에게 일어났는가?”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저들은 공식적으로 99클럽에 가입했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한 개의 금화를 더 채워 100클럽에 소속되는 일입니다. 99클럽은 충분히 가졌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99클럽은 행복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여전히 불행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들은 금화 한 개를 더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에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상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래서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요?  


여러분은 삶의 마지막, 이 세상의 마지막 때에 무엇을 하겠습니까? 오늘 제2독서 야고보서는 말합니다.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야고 5,3). 


불쌍한 영혼, 가져 가지도 못할 돈만 인색하게 쌓기만 하며 영혼을 잃고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죽음만이 기다리는 인생이여! 


사람이 마지막 때에 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살면서 뿌린 씨앗을 키워 열매로 수확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우리에게 필요합니까?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불행한 우리는 언제쯤 만족하고 행복하게 될까요?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합시다. 이 순간, 충분히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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