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떻게 매일 뛸 수 있어요?' 1

영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하지 않는다. 로맹 롤랑


‘어떻게 매일 뛸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주 묻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매일 달리지 않는다. 이틀이나 삼일에 한번 달린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코스를 달리는 사람을 알고는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쉬는 날이 있다. 몸이란 아이와 같아서 끊임없는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며, 계속해서 밀어붙일 수 없다. 때론 응석도 받아주고 달래고 어루만져 주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 나는 쉰다. 그냥 쉴 때도 있지만 몸에 보너스를 주기도 한다.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거나 평소에는 갖지 않는 낮잠을 자기도 한다.


특히 겨울에는 달리기하기 어렵다. 밖은 우중충한데 날씨는 춥고 매서운 바람까지 불면 달리러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된다. 일단 겨울 추위 대책은 작은 것이 포인트다.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입는데 위에는 2-4겹, 아래에는 1-2겹으로 입는 것이 좋다. 장갑과 모자 역시 필수인데 달리다가 더우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도록 가볍고 작은 것이 좋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 후에 달리기를 시작하면 몸이 천천히 따뜻해지고 손발의 끝까지 피가 도는 느낌이 좋다. 추울수록 신선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면 머리도 맑아진다. 빙판길이나 미끄러운 도로를 뛸 때는 안전에 유의해야 하며, 가능하면 대낮에 달려서 교통사고를 피해야 한다. 꼭 어두운 시간에 뛰어야 한다면 눈에 잘 띄는 흰색 옷 혹은 야광조끼를 입는 것도 필요하다.


습도가 높고 무더운 여름에도 뛰기가 쉽지 않다. 여름에는 신선한 아침 저녁이 뛰기 좋은 시간이며,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달리기를 하다가 목이 마른 후에 물을 마시면 이미 늦다. 벌써 몸에서 탈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물을 30분 간격으로 마셔야 한다. 운동시간도 1시간 정도로 유지하면서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장시간 운동을 피해야 열사병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30분 빌드업(build-up) 혹은 가속주 훈련이 적합하다. 처음에는 조깅 페이스로 시작하여 마지막 5분 동안 페이스를 높여서 달리는 것이다. 운동시간보다 질에 중점을 두고 심폐기능을 향상하고 자세를 제대로 잡아주는 30분 가속주 훈련이 여름철에 어울린다.


봄과 가을은 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동시에 놀기도 좋은 계절이므로 달리기에도 재미를 더하는 것이 좋다. 나는 평지를 뛰는 것이 지루해지면 산에 가서 산길을 뛰는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을 한다. 산에서는 평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저 산을 올라가면 어떤 풍경일까?' '저 나무를 돌면 무엇이 있을까?' 땅도 울퉁불퉁해서 무엇을 밟을지 정신을 차려야 하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때론 특별한 장소로 가서 달리기를 해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이다. 세계적인 습지를 왼편에, 펼쳐진 황금빛 가을 들녘을 오른편에 두고 대대제방을 뛰다 보면 가을이 내 안에 깊게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눈보라가 치거나 미세먼지가 아주 나쁨인 경우에는 달리기보다는 등산을 하기 위해 나선다. 완만한 산을 오르는 것도 자전거 타기나 수영 못지않은 크로스 트레이닝이다. 수영은 궂은 날씨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크로스 트레이닝이다. 근육을 풀어주고 폐활량뿐만 아니라 지구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목욕과 사우나는 보너스다.




크로스 트레이닝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다.


예전에 일반 대학교 2학년 1학기 말에 군 입대 영장을 받고는 그 길로 바로 친구 두 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강릉 경포대 바다를 향해 떠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대구에서 출발해 안동, 봉화를 거쳐 소백산맥을 넘으려 했는데 산이 얼마나 높던지 옹천역에서 하룻밤을 지샜는데 우리를 불쌍히 여긴 역장님께서 다음날 화물기차에 태워주셔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도착했을 때의 감격이란 군대에 끌려가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µÂ∏≤ 4-1.jpg 강릉 경포대 가는 길, 1993년


신학교에 들어가서는 본당 청년 네 명과 함께 자신들을 '독수리 오형제'라고 부르며,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SOS: Save Our Saemanguem!)'라는 깃발을 달고 일주일 동안 대구에서 새만금까지 500킬로미터를 왕복한 적도 있었다. 이때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자전거를 끌고 덕유산을 넘어가는데 죽을 고생을 했지만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과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길을 나선 뿌듯한 시간이었다. 문규현 신부님을 만나 부안성당에서 하루 묵으면서 모주를 한잔 걸치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노사제의 모습을 보며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자전거 타기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가져다 준다. 자전거 페달을 최고 속도로 밟으며 유지함으로써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달리기가 지루해지면 자전거를 타자.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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