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떻게 매일 뛸 수 있어요?' 2

달리기를 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자.


무엇보다 달리기 전용 신발이 중요하다. 달리기를 제대로 하려면 신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미국에는 달리기 전용 신발 매장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러닝화를 많이 파는 스포츠 매장을 찾아가서 자신이 어떤 달리기를 주로 하는지 직원과 상담을 하면 된다.


조깅을 하는 사람이 마라톤화가 필요 없고, 편안한 러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선수들이 쓰는 경량화는 과하다.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고르기 위해서는 발이 좀 부어오른 오후에 가서 여러 켤레를 신어보고 산다. 발끝에 1센티미터 정도의 여유가 있는 신발을 신발 끈으로 묶었을 때 발등과 발바닥에 딱 들어맞는 것이 좋다.


800px-Marathon_shoes.jpg @Wikimedia.org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운동복이다. 피부 쓸림이 없고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섬유의 옷이 좋다. 면 소재의 옷은 땀을 머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중요한데 의외로 사람들이 관심을 적게 두는 것이 양말이다. 평소에 신는 양말이거나 제대로 된 러닝용 양말이 아닌 것을 신고 마라톤을 뛰면 물집이 잡히거나 심하면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마라톤 양말은 흔하지 않고 비싸지만 착용감이 좋고 미끄럼도 없고 땀을 흡수하고 건조가 빠르기에 꼭 필요하다.


모자는 비가 올 때뿐만 아니라 햇볕이 강할 때에도 써야 한다. 땀이 얼굴에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손목시계다. 한때는 단순히 출발 지점부터 도착 지점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던 시계에서 발전하여 요즘은 스마트워치(Smart watch)라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스마트워치는 GPS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달리는 속도, 거리, 페이스뿐만 아니라 고도, 심장박동수까지 보여준다. 여기에 음악까지 내장되어 있어 달리면서 블루투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시대가 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기를 하는 것은 꽤 괜찮은 휴식이다.




대한민국을 '미생 신드롬'에 빠뜨렸던 <미생>에 보면, 사범은 프로 기사가 된 장그래에게 바둑만을 잘 두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말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상 달리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둑 기사가 대회에 나가는 것처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마라톤 대회에 나가봐야 자신의 체력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달리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혼자 달리면 깨닫지 못하는 것,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뛸 때만 느낄 수 있는 것, 자신의 몸의 한계와 시합이 가져다주는 긴장감, 거기다가 완주메달까지 오직 마라톤 대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대회 준비는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와 목표가 되어 일상 달리기에 지칠 때 그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서 현대인에게 익숙한 러닝머신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걷기의 인문학>을 쓴 리베카 솔닛은 러닝머신(treadmill)을 뜻하는 '쳇바퀴(treadmill)'는 1818년 영국에서 계발된 죄수들을 위한 징벌 기구였다고 말한다. 쳇바퀴는 단조롭게 지속되는 징벌의 효과뿐만 아니라 죄수의 건강에도 유익하며 제분기의 동력으로 사용되기도 했기에 완벽한 처벌이었다.


그것이 현대인에게 운동기구로 각광받는 러닝머신으로 발전했으며 지금도 사람들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그 일을 아무 말 없이 하고 있다.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이었다가 다음에는 촌극이 된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처럼 되었다. 헬스장에서 하는 동작들, 즉 노 젓기, 물 긷기, 물건 들기 등은 한때 있었던 일 혹은 노동과 관련된 행위에서 변형되어 노동에서 해방된 육체를 위한 여가와 운동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이상한 운동기구인 러닝머신은 걷거나 뛰는 일을 흉내내며 실제로는 아무 곳으로도 데려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치 러닝머신에 결박되어 있는 것처럼 불확실한 아무 데도 가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며 거울에 비친 자신 혹은 TV만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러닝머신은 안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최적의 기계로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후퇴시키며 그저 몸통 밑에 달린 두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고 내려놓는 움직임에 불과하게 만든다.


exercise-machine-4565410_1920.jpg?type=w966 @Pixabzy.com


충격이었다. 바깥이 너무 추울 때는 종종 러닝머신을 이용하던 나는 리베카 솔닛의 글을 읽고 러닝머신 사용을 그만두었다. 난 죄수가 아닐뿐더러 추위에 대한 고통 없이 달리기를 흉내만 내었던 것과 안락의 욕망을 포기하고 바깥으로 나아가 자연 속에서 달릴 때에야 달리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정 살아있는 몸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야외에서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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