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살아있는 사람 10주년: 뿌리를 내리다 1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


2014년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해였다. 살아있는 사람이 1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그동안 살아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젊은이들 외에도 신부님 네 명, 수녀님 일곱 명, 여러 가톨릭 단체에서 함께 해 95명이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나이도 (아버지가 미는 유모차를 타고 공식 출전하는) 3살 어린이부터 60대 어른들까지 다양해졌다.


대회 전날 남산동에 있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 중정(중앙 정원)에 살아있는 사람과 후원자들을 포함해 백여 명이 모였다. 가든 파티가 시작되었고 수제맥주 LP10(Living Person 10, 살아있는 사람 10)이 서빙되었다. 십 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제작한 노란 기념 셔츠와 수녀원의 가을 단풍이 눈부셨다. 스파게티로 저녁식사를 하고, 수녀님들의 반주에 맞춰 야외 미사를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봉헌했다.


1589461280970.jpg?type=w966 살아있는 사람 10, 2014년


나는 강론 때에 모두에게 신을 벗도록 했다. 잔디밭이어서 벗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모세가 하느님을 만났을 때 들었던 말씀 때문이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탈출 3,5). 이 말씀은 그해 8월 한국청년대회(Korea Youth Day)를 맞춰 방한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기 위해 걸어서 간 충남 서산 해미읍성 입구에 적혀 있던 말씀이었다. 말씀대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신발을 벗고 침묵 가운데 순교자들의 해미읍성으로 걸어 들어가 서로의 발을 씻어주고 화해의 포옹을 나누었다.


temp_1591570116464.-261530666.jpeg?type=w1 해미읍성에서, 한국청년대회 2014년


IMG_1613.JPG 침묵 가운데 맨발로 해미읍성으로, 2014년


fullsizeoutput_1f4.jpeg 한국청년대회 폐막미사를 기다리며, 2014년


그때를 상기시키며 나는 발이 있는 곳에 우리 자신이 있음을 말했다. 보통 몸과 마음이 같이 있지 않을 때가 많은 우리에게 때론 발이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하는데 그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발이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5)” 그래서 우리는 한참을 자신과 서로의 발이 얼마나 예쁜지 바라보며 웃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대로 누구에게도 개종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길은 살아있는 사람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매력을 보여주는 길 뿐이었다. 그렇게 노오란 95명의 '살아있는 사람 10'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가을날 햇살처럼 경주를 신나게 달렸다. 마라톤 후에는 천삼백여 만원의 성금을 볼리비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들을 위해 성탄절에 써 달라고 부탁하며 보냈다. 씩씩하게 자라나 열살이 된 살아있는 사람이 맺은 사랑의 열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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