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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라'하고 말하는 사람에게

회개의 시간

누구나 거만한 사람, 말만 앞서는 사람을 보고는 말합니다. ‘얼마나 잘 하는지 두고보자.’ 그러다 그 사람이 실패하거나 넘어지면 속으로 말합니다. ‘거봐라, 내 저렇게 될 줄 알았다.’     


마치 하느님이 자신의 편인양, 자기가 미리 알아본대로 된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빌라도에 의해 죽은 사람들, 실로암 탑에 깔려 죽은 사람들은 다 자기 잘못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거봐라'하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련이나 불행, 넘어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불행이 나에게 닥치더라도 할 말이 없는게 삶입니다.     


삶에 대한 바른 태도는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패를 보고서는 자신을 살피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악을 탐내거나 투덜거려서 망한 경우, 혹은 운이 없어서, 그도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을 보며 ‘본보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에는 자신은 잘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문제라던가, 나는 괜찮은데 배우자가 무언가 부족하다던가, 하느님 보기에 나는 떳떳하다거나, 나는 흠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넘어지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남에 대해서 하는 일은 판단, 단죄이며 보여주는 모습은 우월감, 자기과시입니다. 자신은 그렇지 않은데 남이 그래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그 때문에 남에게 불행이 생기면 ‘거봐라’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옳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자신에게 불행이 닥치면 도무지 헤어나질 못합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하느님을 원망하고, 무서운 얼굴로 주위 사람을 괴롭히고, 온갖 이유를 찾아내 해명하려고 합니다.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무 연관도 없는 일, 내 잘못이 아닌 일, 그냥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떳떳하고 넘어지지 않고 잘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회개해야 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남을 판단하거나 단죄하지 말고 지금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좋은 본보기로 삼아야 합니다.    

 

반대로 오히려 지금 넘어져 있는 사람은 낙심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감사해야 합니다. 일어날 기회가 주어진 것이고, 서 있다고 자만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은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넘어지신 예수님 보고 무언가를 깨닫고 반성하는 시기입니다. 내가 안 넘어지고 서 있다고 자랑하거나, 남이 넘어진 것을 보고 속으로 웃거나 교만한 것이 아니라 내 속내와 처지를 알고 회개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번 사순절이 마지막이 아닐까요. 지난 몇 년동안 주인인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와서 우리가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분은 열매 맺지 않는 나무를 베어버리려 하였지만 포도 재배인인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이 나무를 올 사순절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사순절이 지나면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 13,9 참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무한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회개해야 합니다. 죽은 뒤에 뉘우치는 부자가 아니라 마음은 가난하지만 오늘 지금부터 작은 일에서 좋은 본보기를 보여 열매를 맺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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