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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주님승천대축일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아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모습은 상상이 가는데 내가 승천하는 모습은 상상이 어렵다. 죄와 욕심, 잘못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도저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력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몸으로는 승천은 커녕 계단도 오르기 어렵다.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돌아가는 길을 묵상해 본다. 승천이 아니라 귀천이다.


귀천(歸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으니 천상병 시인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시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적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술과 담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기인이어서 이 시대 마지막 음류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천재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거기다가 시 외에는 다른 능력이 전혀 없었던 천상병 시인은 생활력이 제로였기에 평생 고생을 하며 살았다. 그럼에도 시인은 언제나 웃었다. 


능력은 없어도 해맑음, 사람은 무조건 믿는 순진함으로 인해 고초도 많이 겪었다. 1967년 간첩 사건에 연루되어 중앙정보부에서 6개월간 감금되어 고문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1971년에는 술을 먹고 실종되어 가족과 지인들이 죽은 줄로 알고 유고시집까지 내었는데 한참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되었다. 1988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지만 놀랍게도 몇년을 더 살아 1993년 간경화로 사망할 때까지 시를 썼다.


우리 삶도 겉만 번지르르하지 시인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까닭에 겨우 생활력정도 갖추고 사는 것을 자랑하곤 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위선이 없다. 세상에 대해 비웃고 소풍같은 세상살이를 순수와 맑음으로 즐길 뿐이다. 


그래도 시인과 우리가 통하는 점이 하나 있다면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마음, 그리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은 바램'이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하늘로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내려놓던지 아니면 죽음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 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시면 그때 '예'하고 하늘로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 좋다. 하느님 아버지 집에 우리가 머무를 곳이 있으니 때가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거기서 먼저 하늘로 돌아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 소풍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싶다.


그때 주님 옆에서 웃고 있는 시인과 함께 나도 아름다웠던 소풍 한 자락으로 시를 읊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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