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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아닌 우병우

연중21주일 강론

중국 고전에 따르면 인생에는 세가지 불행이 있다고 한다. 노년빈곤, 중년상처, 소년등과다.


노년빈곤(老年貧困)은 나이가 들어 경제력이 없으면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뜻이고, 중년상처(中年喪妻)는 중년에 배우자와 사별하는 아픔을 뜻한다.


그런데 소년등과(少年登科)는 조금 의외다. 젊은 나이에 과거에 합격하는 것, 곧 출세하는 것이 불행하다고 하니 말이다. 


우병우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1987년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시절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시험 최연소(만 20세) 합격이란 역사를 쓰더니 시력으로 인해 군면제를 받아 3년 뒤 사법연수원 차석으로 검사에 임용되었다. 


보통 검사를 '영감님'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만 23세에 영감님이 되어 특수부 검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부잣집 사위가 되었으며 일도 잘해서 승승장구했다. 항상 사법연수원 기수로 사람들을 대해 나이가 많아도 반말을 했고 직속상관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굽히지 않아 '기브스'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취조하기도 했으나 이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해 변호사로 개업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어 40대의 나이에 권력의 정점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자 우병우는 불법사찰 혐의로 징역 1년을 살았고 현재는 5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우병우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는 1등만 기억하는 사회다. 공부도 운동도 뭐든 어떻게 해서든 1등을 해야 한다. 올림픽에서도 목표는 무조건 금메달이기에 은메달을 따면 억울해서 울지만 동메달이라도 따면 감사해서 우는 이유를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해서 줄곧 사람들 위에서 군림한 사람은 타인을 얕잡아 보기에 적이 많다. 그리고 고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형편과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며, 한평생 운이 좋을 수 없기에 노년의 삶이 고달파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계속 1등, 첫째만을 고집하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루카 13,30).


첫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는 우리에게는 당황스러운 말씀이다. 하지만 2독서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해가 된다.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모든 훈육이 당장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으로 훈련된 이들에게 평화와 의로움의 열매를 가져다줍니다"(히브 12,6-11).


우리를 아들 딸로 삼으시고 참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성급한 성공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우리를 시련으로 훈육하여 성장하도록 만드신다. '아버지에게서 훈육을 받지 않는 아들 딸'이 되어 실패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이는 맹자 역시 동의한 말이다. <맹자> '고자장'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게 하고,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하고, 그 하는 바 모든 일이 뒤틀려서 안되게 한다."


우리 선조들 역시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현재의 시련을 필요한 훈육으로 받아들이고 견디면서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를 믿어야 한다. 어떻게든 첫째가 되려하지 말고 꼴찌여도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산을 지키는 것은 못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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