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자비의 얼굴: 춘천마라톤대회 2

또 한명의 세기의 마라토너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바로 사도 바오로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아니었지만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 회심한 뒤에 그는 복음을 전하는 마라토너 선교사로서 세상 끝까지 가서 '예수라는 이름만이 구원을 줄 수 있다.'(사도 4,12 참조)는 복음을 선포하였다. 그가 쓴 서간에는 달리기를 신앙에 비유한 글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 이런 글이 있다.


"경기장에서 달리기하는 이들이 모두 달리지만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이와 같이 여러분도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달리십시오. 모든 경기자는 모든 일에 절제를 합니다. 그들은 썩어 없어질 화관을 얻으려고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썩지 않는 화관을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목표가 없는 것처럼 달리지 않습니다. 허공을 치는 것처럼 권투를 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 몸을 단련하여 복종시킵니다.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나서, 나 자신이 실격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1코린 9,24-27).


바오로 사도는 그가 살았을 당시에 행해지고 있었던 고대 올림픽의 달리기 경주를 염두에 두고 편지를 썼을 것이다. 경기에서 받을 상, 곧 화관은 올림픽 경기에서 승리자에게 주어졌던 월계관이며 이것은 곧 영광과 명예를 상징했다. 마찬가지로 신앙에 있어서 승리하는 사람은 월계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썩지 않을 화관을 얻기 위함이므로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보다 더 절제하며 더 단련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보다 더 절제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그리스도인, 그의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그의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 땅에서 이방인처럼 산다. 시민으로서 모든 일에 참여하면서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사라질 곳에서 영원을 꿈꾸며 산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이 땅에서 순례자로 살다가 때가 되면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준 사명을 성취하기 위해 사도 바오로처럼, '훌륭히 싸우고 달릴 길을 다 달리며, 무엇보다 끝까지 믿음을 지켜'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 '의로움의 화관'(2티모 4,7-8 참조)을 받기를 꿈꾼다.


36c6137059a1eb0fb30c3505c64840c2.jpg 바오로 대성전 앞 바오로 사도 @google.com


바오로 사도의 이런 가르침은 내가 마라톤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곧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나서, 나 자신이 실격자가 되지 않도록 먼저 나의 몸을 단련하여 복종시켜야 함을 말이다.


지치지 않고 세상 끝까지 나아가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바오로 사도, 그의 체력과 열정은 그가 직접 달리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면서 박해를 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리도록'(히브 12,2 참조) 격려하면서, 스스로도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하늘로 부르시어 주시는 상을 얻으려고, 그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필립 3,13-14).


선교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달렸던 바오로 사도였기에 그는 자신의 사명이 바로 '달길 길을 다 달려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치는 것'(사도 20,24 참조)임을 늘 생각하고 있었으며 달리는 몸으로 그것을 매일 새겼을 것이다. 그래서 지쳐 힘이 빠진 이에게는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길을 달려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도록'(히브 12,12-13 참조) 격려할 줄 알았다.


IMG_0465.JPG 바오로 사도의 제자 샬트르 성 바오로회 수녀님들, 2015년 춘천마라톤


세기의 마라토너 손기정 선생과 바오로 사도, 그들은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으며, 이를 통해 고통받는 민족의 애국심을 일깨웠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온 세상에 전파하였으며, 마침내 자신들이 믿는 바를 끝까지 쫓아 달려가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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