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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와 그 시기를 알고 싶습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

그 때와 그 시기를 알고 싶습니다.

제가 태어난 때와 그날의 풍경을 말입니다.

한 여름에 태어나 어머니를 많이 힘들게 했겠지만 제가 태어난 후에 저를 처음 본 어머니의 얼굴과 아버지, 가족과 친지들의 모습을 알고 싶습니다.


실은 이 지점에서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동생과 저는 다섯살 차이가 나는데 동생이 태어날 때 저와 형은 옆방에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딸을 간절히 원하셨는데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딸이 아님을 알게 된 아버지가 대문을 쾅 소리나게 닫고 나가시자 어머니는 우시고 그 옆에서 갓난아기 동생도 울었습니다.


어느 집에나 있을법한 이 이야기를 나이가 들어 동생에게 하나도 빼지 않고 이야기를 다 해 주었답니다. 덕분에 동생은 자신이 태어난 때와 그날의 풍경에 대해 모두 다 알게 되었지만 굳이 그것을 말했어야 했을까 하는 반성을 이제야 합니다. 때론 그 때와 그 시기를 모르는 것이 나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와 그 시기를 알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을 떠날 때와 그 후의 일들을 말입니다.

어떻게 생을 마감할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런지, 무엇보다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습니다. 


하늘에 계신 사랑하는 어머니와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 평생 존경했던 성인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를 뵈올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합니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그 때와 그 시기가 제가 가진 어둠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몰아낼지, 죽음 너머에 대해 제가 꿈꾸었던 것에 대해 무엇을 알게될지 궁금합니다.




그 때와 그 시기를 알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다시 오셔서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실 때를 말입니다.

예수님 승천 후 제자들과 우리 인간 모두가 겪었던 시련과 고통,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세상 모든 피조물이 겪게 된 상처가 어떻게 하느님 나라에서 치유되고 완성될지 알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때와 그 시기가 올 그때까지는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겠지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오는 25일 목요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학생 11명이 세례를 받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가톨릭 교리가 궁금하여, 혹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하여 가톨릭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으려는 젊은이들을 보며, 아직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마지막 말씀은 유효함을 체험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을 세례를 줄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라고 말할 것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세상을 떠나시며 남기신 예수님의 약속을 믿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지혜와 계시의 영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밝은 눈으로 하느님의 부르심과 우리가 지닌 희망의 의미(에페 1,17-18)'를 찾아가자고 할 것입니다.


믿음 안에서 그 때와 그 시기는 하느님 아버지께 맡겨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갑시다.


사랑하며 내어주며 현재를 살다보면 그 때와 그 시기가 어느 때가 되든 상관없게 될 것을 믿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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