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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음악을 통한 구원

음악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러줄 노래,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위로받을 음악, 환희에 차서 함께 부를 송가, 하느님께 향한 열정과 사랑을 표현할 성가가 없다면 우리는 더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나에게 음악 그 자체였다.


1986년 내 생애 첫 영화 <미션>은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장대한 이과수 폭포를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신을 말도 통하지 않는 과라니족에게 선포하려고 떠나는 예수회 신부들의 이야기는 엔니오의 배경음악으로 살아 움직였고 내 작은 가슴에 사제직에 대한 씨앗을 던졌다.


그후 내 인생의 여정에서 엔니오의 음악은 끊임없이 다가왔고 영감을 주었다. 볼리비아 콘셉시온에서, 니콰라과의 밀림 숲에서, 뉴욕의 맨하탄에서 첫 소절만 들어도 정신이 번뜩 들게하는 그의 음악이 함께 했다.


영화 <미션>

얼마전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다큐멘터리를 만나 영화음악의 전설인 엔니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기뻤다.


누구도 걷지 않는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길에서 그는 순수음악가들로부터 비난과 질시를 감수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황야의 무법자>에서 휘파람과 말발굽 소리, 거기에 더해 코요테 소리까지 응용하면서 그의 음악은 영화 자체가 되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나 <시네마 천국>의 사운드트랙을 들으면 엔니오가 없는 영화란 상상할 수 없음을 바로 알게 된다.


한스 짐머는 말한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죠.


그렇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도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나 시네마 천국의 '사랑의 테마'를 듣게 되면 바로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다.


음악은 구원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음악은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때론 힘이 되고 때론 위로가 되며, 엔니오는 그 길에서 반드시 만나야 할 거장이다.


엔니오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는다.

생각이 바로 곡이 되진 않아요. 그게 문제죠. 작곡을 시작할 때면 늘 그 점 때문에 괴로워요. 눈앞의 빈 종이 위에 작곡가는 어떤 곡을 써야 할까? 그 빈 종이 위에 무엇을 적을까? 생각은 이미 있지만, 더 다듬어야 하고 더 나아가야 해요. 찾아내야 해요. 뭘 찾느냐고요? 그건 알 수 없죠.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나만의 생각은 있지만 눈앞의 빈종이에 뭔가를 쓰기 위해서 끊임없이 더 다듬어야 하고 더 나아가야 하는 것, 찾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그 길에 엔니오의 음악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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