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

쾌락과 고통의 메카니즘

"누구나 이중생활을 한다."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도파민네이션> 첫 장의 소제목이다. 그렇다. 사람은 저마다 '중독 대상'을 가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쉽게 중독되는 중독성 물질, 음식,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섹스, 포르노, 인스타그램, 유투브 같은 것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높아진 접근성과 인터넷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날개를 달았다.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운 음식에 중독된 사람은 매운 것을 먹을 때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진다. 점점 더 매운 음식을 먹어야 예전만큼 자극적이게 된다.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속적으로 매운 음식만 먹게되면 짠맛, 단맛 등과 같은 다른 맛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더 매운 음식에 대한 중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쾌락보다 더 오래 더 강하게 지속되는 불쾌감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가져온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핍의 공간에서 지나치게 풍족한 공간으로 변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다. 계속 진화하고 있는 신경과학과 뇌과학을 통해 발견한 바에 따르면,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하며 대립의 메카니즘을 통해 기능한다.


쾌락과 고통의 메카니즘

위 그림에서처럼 쾌락과 고통의 지렛대는 쾌락의 정도에 따라 기울어지게 되어 있다. 늘 쾌락을 추구하고 느끼면 좋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쾌락과 고통의 지렛대는 평형 유지를 위한 '자기 조정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 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교훈 1. 끊임없는 쾌락 추구(그리고 고통 회피)는 고통을 낳는다.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다시말해 쾌락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쾌락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는 '내성'이 생긴다. 쾌락주의자가 쾌락불감증에 빠지게 된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안나 렘키 박사는 쾌락과 고통의 메카니즘에서 뇌는 스스로 평형 유지를 위한 '항상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귀여운 악마 그렘린으로 표현한다. 


뇌의 항상성

그런데 신경적응에 따라 쾌락을 추구할수록 그렘린은 점점 더 커지고 빨라지고 많아진다. 결국 그렘린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중독된 것으로 아무리 쾌락을 추구해도 고통만 더 심해질 뿐이다.


신경적응


저자는 우리가 중독을 판단하고 벗어나는 방법을 '도파민(DOPAMINE)'이라는 영어단어로 설명한다: Data(데이터), Objectives(목적), Problems(문제), Abstinence(절제), Mindfulness(마음챙김), Insight(통찰), Next Steps(다음 단계), Experiment(실험)이다.


Data: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이 얼마나 중독되어 있는지 데이터를 보면 된다. 일주일에 술을 매일 먹는 것과 한두번 먹는 것, 한번 먹을 때 얼마나 마시는지는 중독을 판단하는데 중요하다.


Objectives: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중독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왜 그것을 할까?' 처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을 마셨겠지만 이제는 혼자서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신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Problems: 중독의 악영향을 찾아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독은 결국 문제를 가져온다. 술을 매일 마시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대인관계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중독에 따른 악영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Abstinence: 30일의 인내

중독으로부터 회복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30일이다. 한달동안 절제할 수 있다면 중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Mindfulness: 고통 들여다보기

절제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어렵다. 금단현상으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때 고통에서 도망치지 말고 고통을 들여다보고 인내해야 한다.


Insight: 진짜 나와 대면하기

고통을 통해 진짜 나를 대면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Next steps: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중독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Experiment: 중독과 친구되는 법

문제는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는가이겠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완전한 이별이다.


교훈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정상적 상태

하지만 절제는 쉽지 않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고통보다는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기 구속'인데 욕구와 소비 사이에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중독관리를 위한 자기 구속은 세가지가 있다. 

1. 물리적 자기 구속: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쓰레기통마저 버려라.

자신이 중독된 것을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다. 술이 문제라면 술을 버리고 버린 술을 다시 못 찾도록 한다.


2. 순차적 자기 구속: 시간제한과 결승선

중독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한시간을 정한다. 술을 일주일에 한번만 먹겠다고 정하고 다른 날에는 먹지 않는 것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금주에 도전하고 성공하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다. 


3. 범주적 자기 구속: 넓은 그물을 쳐라. 

자극을 주는 모든 것을 피한다. 친구들과의 저녁 만남을 피하고 술과 관련있는 인터넷을 하지 않는 등 모든 자극을 피하도록 조치한다. 결국 자기 구속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로 가는 길이다.


여기에서 중독을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는데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겠다. 우리가 느끼는 쾌락은 고통에 대한 우리 몸의 자연스럽고 반사적인 생리 현상이다. 따라서 고통이 우리가 쾌락에 지불하는 대가인 것처럼, 쾌락 역시 우리가 고통을 통해 얻는 보상이다.


교훈 3.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예를 들어 찬물 목욕은 처음에는 고통스럽지만 몸 자체의 조절 항상성 메커니즘을 건드려 쾌락을 이끌어낸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몸에 가해지는 고통은 결과적으로 건강한 쾌락을 이끌어낸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운동은 그 어떤 알약보다 기분, 불안, 인지, 활기, 수면에 더 깊고 일관성 있는 긍적인 효과를 준다. 


물론 고통 추구는 쾌락 추구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은 현대인이 중독에 대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 중 하나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와 자유, 기술적 의학적 진보 속에서도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잃어버리고 잘못된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움직이도록 진화되어 왔다. 진짜로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 되는데 우리는 대신 중독에 빠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운동을 통해 주어진 삶에 몰입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탐험하고자 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해방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사람은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이지 무엇인가에 혹은 누군가에게 중독되어 있다. 이때 우리는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편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떠날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반대다. 


솔직할수록 사람들은 더 가까이 온다. 당신의 엉망인 모습을 통해 자신의 약점과 됨됨이를 돌아보고 의심, 두려움, 나약함이 자신만의 약점이 아님을 알게 되면 사람은 안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이들과 나누는 친밀감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내인성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값싼 쾌락과는 달리 진실한 친밀감은 도파민 뿐만 아니라 활기와 건강을 가져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통 공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