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살아있는 사람(Living Person) 2

마라톤을 뛴다고 해서 모두가 운동선수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많은 살아있는 사람들은 마음으로 온전히 살아있고 몸으로 그것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물론 몸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도 많다. 풀코스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젊은이들, 하프를 뛰다가 응급차에 실려온 사람들, 10킬로미터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뛰었다가 낭패를 맛본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있음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첫 마라톤을 뛰었던 2012년부터 매년 나를 도와 살아있는 사람을 같이 기획하고 준비하고 운영하는 윤현지 요안나 프란체스카도 있다. 마음은 울트라 마라토너지만 몸은 10킬로미터가 적당한 친구다. (그래도 몇 번의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한번이라도 한국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뛰어 본 사람이라면 요안나 프란체스카의 열정과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체험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매년 살아있는 사람은 자라고 있다.


1589609717483.jpg?type=w966 윤현지 요안나 프란체스카, 2019년




살아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들은 살아있음을 느끼고 나누고 키워간다. 그저 살기 위해 숨만 쉬는 게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 땀을 흘리며 달리는 고통을 감수하며 복음의 정신을 살아간다. 이들이 없었다면 난 지금까지 달리지 못했을 것이다. 우분투(Ubuntu)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2013)가 27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석방되었을 때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자신을 고문하고 감옥에 가둔 모든 정치적인 적들을 용서한 이유는 바로 우분투 때문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있었던 것은 바로 그들 덕분이었음(I am because of you)을 그는 인정했고 그래서 용서했고 안았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역시 바로 살아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것처럼,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곧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덕(德)은 맑은 향기를 가진 좋은 사람들이 모여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써 자라고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하다. 살아있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있음의 은사를 나눔으로써 하느님 안에서 모두 하나로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일년에 한번 만나도 어느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껴진다.


살아있는 사람은 달리기를 통해 진정한 힘과 자유는 자신의 몸에서 시작됨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과 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자신의 몸은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변화시킬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 13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자신을 천하만큼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 자기를 천하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줄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은 자신을 천하만큼 귀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 자신을 잘 맞추는 이른바 성공이란 것을 위해 화려한 경력과 스펙을 쌓기 위해 애쓰는 것과는 달리 달리기라는 우직한 행동으로 세상을 자신에게 맞춰가는 사람들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남들이 보기에 어리석은 하찮은 일을 통해 자신을 바꿀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야말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지난 십오년 동안 943명의 살아있는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매년 마라톤 종목에 따라 살아있는 사람에게 고유한 번호를 부여한다.) 자신의 몸으로 이웃을 돕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냈다. 앞으로도 살아있다면, 살아있음을 진정으로 느끼고자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진리이며 생명인 이 길에 동참할 것을 믿는다. 살아있는 사람이여, 영원하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5 살아있는 사람(Living Person)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