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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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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스테이

영혼(Soul)의 쉼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이 있는가?


쉬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은?


마음이 위로받을 곳은?


내게는 그런 곳이 있다. 


베네딕도 수녀원.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원


지난 주말 소울스테이(Soul Stay)로 학생들과 함께 그곳에 갔다. 


사실 수도원 체험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학생들을 위한 인성교육원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이웃을 위한 봉사,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환경보호 활동을 한 학생들에게 가장 높은 차원의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소울스테이의 목표다.


토요일 오전 수녀원에 들어서자 서른 아홉명의 학생들을 맞이하는 수녀님들 얼굴이 모두 천사같다. 그저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생으로 수녀원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환대를 받고 넘치는 관심을 받았다.

소울스테이를 이끌어 주신 천사들


입학식에서 수도복을 본 딴 스카플라레를 입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감동적이었다.

스카플라레 착복식


수녀님들의 삶의 자리를 돌아본 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영성 강의 혹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선택해 배웠고, 이어서 농장과 약초밭에서 수녀원 일자리 체험을 했다. 열심히 김을 맨 감자는 언제쯤 먹을 수 있을까?

수녀원 일자리 체험


무엇보다 학생들은 수도원 기도 시간에 모두 참여했다. 낮기도와 저녁기도, 아침기도와 라틴어 미사까지 베네딕도회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열심히 따라 부르며 기도하는 삶, 자신을 봉헌하는 삶을 체험할 수 있었다.

수녀원 기도와 전례 체험


토요일 저녁과 주일 오전은 내 안의 보석을 찾고 나누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살펴보고 나눌 수 있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나눔으로써 이해와 위로가 되고 마음에서도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졸업식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는 수녀님들의 약속을 믿고 각자의 희망과 결심을 적어 기도나무를 예쁘게 가꾸었다. 그 마음이 한나무 가득하다.

기도 나무


소울스테이는 내게도 신선하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낯설지만 사랑스러운 세계를 만난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즐거웠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수녀님들과 친구가 되어 속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때 학교에서 보지 못했던 학생들의 소울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 천천히 스며들어 웃음과 활력이 되어가는 젊은이들이 수녀원 뜨락에 막 핀 꽃 같았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것은 수녀님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1박 2일의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수녀원을 떠나는데 스무분이나 되는 수녀님들이 빛나는 얼굴로 계속 손을 흔든다.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는다면 이런 것이리라. Deo Gratias!

소울스테이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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