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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몽골해외봉사를 위한 벽화그리기

오는 7월 2일부터 12일까지 10박 11일 몽골해외봉사를 준비하고 있다.


1학기 개학과 함께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스무명의 몽골해외봉사단원들은 지난 두달간 열심히 봉사활동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님을 모시고 공식 발대식을 가졌다.

몽골해외봉사 발대식


이번 해외봉사에서는 이전에 한번도 없었던 1박 2일 국내봉사를 기획했다. 해외봉사에 앞서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고, 경주인성수련원으로 가서 안전교육, 몽골 역사와 문화, 그리고 봉사자의 자세 등에 대해 교육을 하고 친교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국내봉사 장소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매달 주일미사를 가는 영천 나자렛집에서 어느 주일에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원장님께서 새로 도색한 나자렛집에 벽화를 그려줄 사람이 있는지 내게 물어왔다. 마침 몽골해외봉사에서 우리가 봉사할 지식에르뎀 스쿨에서도 벽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다.


한 해 가운데 낮이 가장 긴 하지의 태양은 무척 따가웠다. 벽화그리기를 위해 도색작업을 하는 학생들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회색벽을 하얀 캠퍼스로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창조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도색과 도안, 그리고 휴식


벽화그리기는 세 곳에서 진행되었다. 미리 작업을 분담한 학생들은 도색, 도안, 색칠 등의 작업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아무것도 없는 벽, 계단, 경사로에 조금씩 생명이 살아났다. 꽃이 피고 나무는 열매를 맺고 그 가운데 무지개가 뜨고, 푸른 바다에서 돛단배 옆으로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벽화에 적은 그대로 '꽃처럼 행복이 피어났다'.

나자렛집의 미켈란젤로들


흰색 페인트에 다른 색을 섞으니 다양한 색이 나왔다. 행복둥지 정원의 파스텔톤 꽃밭은 그렇게 정해진 원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들이 만나 융합된 새로운 색으로 태어났다.


결과가 어떨지 모르지만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색을 조합하면서 서로에게 온전히 녹아들 때 나온 전혀 다른 색은 선물과 같았다. 스치기만 해도 인연이라는데 학생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스며들어 사랑이 어떤 색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행복둥지의 꽃밭


벽화그리기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기울어짐의 매력이다. 꼿꼿이 서는 것이 세상을 사는 정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무지개를 따라 기울어진 뒷모습이 역동적이고 사랑스러웠다.

기울어짐의 매력


누군가를 위해 중심을 벗어나는 것은 쉽진 않지만 그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평소와는 달리 살짝 벗어나는 위태로움이 주는 긴장과 즐거움이 보인다.


무엇보다 같은 방향으로 두 사람이 함께 기울어진 뒷모습은 국내봉사에서 내가 찾고 있던 것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마음을 맞추어 같은 방향으로 하나의 일을 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몽골에서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싱크로된 마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면 스무명이 하나의 노래를 부르는 사랑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뒷모습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해봉 학생들은 나의 선생님이다. 이들이 서로를 챙기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환해진다. 늦은밤까지 소주를 엄청나게 먹고 다음날 다시 웃으면서 잔을 드는 그들의 젊음이 참 좋다.(그래도 간을 생각해서 조금은 쉬어가면서^^;; )


몽골(끝없는 초원)에서 무지개를 솔롱고(Solongo)라고 하는데 한국사람은 같은 단어에서 나온 솔롱고스(Solongos)라고 한다.


이제 곧 끝없는 초원으로 떠난다니 설렌다. 그곳에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진 스물두개의 예쁜 무지개가 떠오를 것이다.

Solongos22(스물두개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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