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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497개의 브런치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지난 5월말 브런치에 글을 쓰며 발견한 것이 한가지 있다. 2020년 9월부터 시작한 브런치 글이 497개나 되었다.


나는 무슨 말을 이렇게 많이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그 말이 입에서 나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497개나 되는 글로 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기주 작가의 <보편의 단어>에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내가 쓰는 단어(글)가 나이며 나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브런치를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켜주었다.


그렇다면 내가 브런치 글을 통해서 타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며칠을 두고 생각해봐도 딱히 이것이다 싶은게 없었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상담가의 말이 와 닿았다. 


그녀는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에게 자신에 대해서 물어야 질문은 세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나는 친절한가, 나는 진실한가, 나는 쓸모가 있는가?


어떤 글도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나의 글 역시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듣고 싶은 말의 연속일테고 그것은 497개의 글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친절하고(사랑스럽고), 진실하고, 쓸모가 있(고 싶)다.

오늘 아침미사에서 1독서의 말씀이 무척 반가웠다. 내가 2021년 1월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왔을 때 들었던 말씀으로 그때부터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에게 상기시킵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2티모 1,6-8).


사실 나는 사제이면서도 안수를 통해서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대신 다른 것을 불태운다. 예를 들면 취미생활,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친교, 맥주와 영화 등.


그럴 때 나는 비겁하다. 내 것에 몰두하고 그것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고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내게 힘, 곧 참고 견딜 수 있는 힘, 용서하는 힘을 준다. 또한 누구라도 사랑할만한 점을 찾고 그 점 때문에라도 사랑하도록 격려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절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나쁜 것은 더 나빠지지 않게, 좋은 것은 너무 좋아 이성을 잃지 않도록 절제의 영이 선물로 주어졌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나는 내가 누구를 믿는지 잘 알고 있으며, 또 내가 맡은 것을 그분께서 그날까지 지켜 주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2티모 1,9-12).


자주 내가 행하는 것, 혹은 나의 능력이나 나의 잘못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창조 이전에 예수님 안에서 생명과 불멸의 복음을 받았다. 때문에 자신을 판단하고 자책하는 대신에 자신을 들어올려 하느님께 살아있는 제물로 바치는 것이 옳다.


나의 브런치는 복음의 증인으로서 삶을 사랑하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무언가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은 나의 제물이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내가 달리고 움직이는 기록이며, 사제로 살아가며 체험하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며, 내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든 이가 사랑스럽고 진실하고 쓸모있음을 깨닫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나의 브런치는 계속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이미 선물이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내게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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