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차 대구 ME 주말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를 하겠습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습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다른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고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대부분 사람은 얼굴이 더러운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얼굴의 아이를 보고 자기도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깨끗한 얼굴을 한 아이는 상대방의 더러운 얼굴을 보고 자기도 더럽다고 생각하고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습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다른 아이는 깨끗한 채로 내려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똑같은 질문이죠? 그래서 답도 똑같이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말하실텐데 그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두 아이는 함께 똑같은 굴뚝을 청소했습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얼굴은 깨끗한데 다른 아이의 얼굴만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ME(Marriage Encounter) 주말 대요의 한 부분이다.
부부사이에서 한 사람만 깨끗할 수는 없다. 근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부부는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 당신 탓이야', '신부님, 남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병원에 와서 의사에게 자신이 아닌 배우자의 병을 고쳐달라고 한다.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은 타인을 만날 때까지 자신을 알지 못한다. 부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배우자의 얼굴이 내 얼굴이다. 그래서 배우자가 울고 있다면 그건 내가 우는 것이다.
견디고 버텨야 하는 인생에서 내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것은 배우자 뿐이다. 손끝의 온기가 배우자의 눈물에 닿을 때 비로소 눈물은 거룩해진다.
지난 주말 한티에서 2박 3일 ME가 있었다. 오년전 똑같은 날 ME 주말에 참여했을 때와 무언가 다른 것 같았다. 마치 오년동안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탕자처럼 아버지의 집이 아늑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열세 부부와 한명의 신부님을 맞았고, 세 발표부부와 함께 여정을 시작했다.
피, 땀, 눈물.
이번 ME 주말을 요약하는 말이다. 배우자가 겪은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흘리는 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땀, 그리고 사랑의 눈물이다.
한티에서 내려와 414차 동기 카톡방에서 공개나눔을 듣는다. 환해진 부부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오늘부터 여보 당신도 좋지만 '사랑하는 라파엘, 사랑하는 세실리아'로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 신혼 첫날이네요 하고 신랑을 단잠에서 깨웠더니 기분 좋은 눈빛이더라구요...제가 변해야 상대도 변한다는 걸 체험해보렵니다 ㅎㅎ"
"이제 남은 배우자와의 시간을 아주 값지게 살아보려 합니다."
"우리 더 일찍 성당에 다녔으면 좋았겠다(자녀). 왜?(엄마) 더 일찍 이 프로그램 알아서 아빠 엄마 덜 힘들고 우리를 더 멋지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었을텐데(자녀)."
"ME주말 모임은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색깔로는 붉은 노을처럼, 느낌으로는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의 개운함입니다."
누가 불을 켰을까? 누가 차갑게 식은 우리 마음에, 어둡고 침침한 우리 영혼에 밝은 불을 켜주었을까?
은총이란 그런 것이다. 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갑자기 불이 켜지고 방이 환해져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을 보는 것. 그 가운데 사랑하는 이의 빛나는 얼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