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맑음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랬다. 대개 공부의 어려움은 시험과 관련이 있다. 배운 것을 평가받기 위해 시험을 쳐야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공부에서 시험을 빼고 배움의 즐거움을 높이면 어떻게 될까? 시험 부담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삶에 적용하고 그 열매를 맛보는 것, 분명히 다른 유의 공부가 될 것이다.
<활기찬 삶과 신앙생활>은 내가 대학에서 교양으로 가르치던 수업을 볼티모어 성당 신자들에 맞게 바꾼 것이다. 당연히 시험없이 몸에 대해 배우고 몸으로 자신을 체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지난 6월에 개설한 수업에 50여명의 신자들이 등록을 했고 이론 수업과 함께 달리기를 병행했다.
처음에는 5킬로미터 달리는 것도 상상 못하던 신자들이 이제 모두 10킬로미터나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훌륭한 학생들이 되었다. 배우는 학생들의 성장은 가르치는 사람의 기쁨이다.
공부란 살아가는 것 자체이고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존재 형식이다. 배우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은 살기 위해 공부하고 공부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성장한다.
공자는 말한다. "살면서 사람을 만나 알고 사랑하기 위해 공부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맹자는 말했다. "공부의 핵심은 우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가 바라보는 하늘에서 벗어나려면, 고정관념과 이기적 습성,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한다.
<예비신자와 함께 하는 교리 학교>를 시작한다. 가톨릭에 관심있는 예비신자들을 위한 교리 수업이면서 동시에 가톨릭 신앙과 삶, 그리고 나와 하느님에 대해 배우고 체험하고 싶은 신자들을 위한 교리 학교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예수님께서 길이라면 그 길을 걸어야 하고, 진리라면 그 진리를 배워야 하고, 생명이라면 그 생명을 누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갓길에 서서 가쉽거리만 떠들며 영원히 살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신자들의 배움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진리의 본질은 하나이지만 그것을 제시하거나 표현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교황 요한 23세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열며 하신 말씀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으나 마르지 않는 샘에서 길어 올리는 다양한 보화를 만나고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은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에서 벗어나 인생의 참된 길을 찾고 진리를 만나고 생명을 누리는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