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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은 왜 붉을까?

10월 7일, 흐리고 서늘함

볼티모어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20마일(32킬로미터) 장거리 달리기를 하러 센테니얼 공원을 찾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장거리 달리기는 쉽지 않다^^;; 3시간 15분 달리기로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날이다. 왜 나뭇잎은 붉게 물들까? 단풍은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


예전에는 나무가 자신의 속살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나뭇잎을 붉게 물들인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겨울을 앞두고 나뭇잎을 붉게 물들여 부끄러움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런데 달리면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무는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 그 자체로 완벽한 생명이기에 치부가 있을리 없다. 붉은 단풍을 보고 나무가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이다. 그렇다면 단풍은 왜 붉을까?


나무는 자신을 떠나는 나뭇잎을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어한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찬란하고 쓸쓸하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내 심장이 더 신나게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떨어지는 단풍잎과 가을바람은 백그라운드 뮤직이다. 붉은 단풍잎은 온전히 살다가 찬란하게 진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거무튀튀하고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도 있다.


사는 것도 그렇다. 온전히 살고 기꺼이 떠나보내면 찬란하고 쓸쓸한 붉은 단풍잎이 되지만 생명을 갉아먹는 미움과 시기, 분노, 자만에 갇히면 자신의 색을 점점 잃어버리게 된다. 생명을 잃어 회색이 된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일은 그냥 떠나 보내도 된다.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굳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활력만 잃을 뿐이다. 우리 인생에 얼마나 많은 가을이 남아있을까 물어봐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넘치는 생명을 얻으려면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미래를 걱정할 필요없이 지금 이 순간 생명을 누려야 한다.


달리는 일은 내가 생명을 누리는 방법이다. 그리고 10월 18일이 되면 일년중 가장 살아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게 주신 생명을 사랑하고 자랑할 때 내 얼굴도 붉게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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