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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코스 설계하고 만들기

'살아있는 사람 16' 군위마라톤 대회

마라톤 대회를 직접 열겠다고 공언한 뒤로 몇 달이 흘렀다. 코로나19와 긴 장마에 몸과 마음이 젖어들듯이 해야 할 일도 그렇게 조금씩 미뤄지고 노곤함에 젖어들어갔다. 남들이 애써 해 놓은 것을 그냥 쓸 때는 몰랐는데 자신이 그 남이 되려하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머리 속에 핀볼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잠시 파워 오프, 리셋이 필요하다. (중략)


한번에 한발씩, 시작해 보자.


첫번째 임무는 마라톤 코스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다. 자주 군위 위천 강변으로 달리러 나갔다. 강변을 따라 뛰다 보면 다리도 건너고 제방도 지나는데 어떤 코스든지 직접 달려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참기름을 하나 사더라도 상표를 보고 사는 사람보다 맛을 보고 사는 사람이 더 수준 높은 소비자가 되는 것처럼 직접 뛰어보고 만든 마라톤 코스도 그러하리라.


10킬로미터 코스 (군위체육공원-내량1교-맑은물 사업소-내량제 반환 코스)


마라톤 코스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몇 가지 유의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너무 많은 반환점은 피해야 한다. 갔던 길을 돌아서 뛰는 것은 한 두 번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둘째, 러너가 예상한 곳으로 뛸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급격한 방향 전환은 피하고 물 흐르듯 막히지 않는 코스가 좋다. 셋째, 코스가 지루하지 않도록 긴 직선 구간보다는 곡선이 좋고, 볼거리가 있으면 더 좋다. 군위 위천 강변은 한쪽은 강이 흐르고 다른 쪽은 농가나 산이 있어 아름답다. 넷째, 차량과 교행이 불가능한 구간에서 차량과 만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은 군위 군청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달리면서 혹은 걸으면서 다른 코스를 뛰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이 될 것이므로 코스가 겹치도록 설계한다.


5킬로미터 걷기 코스 (군위체육공원-내량1교-맑은물 사업소 반환-현수교-군위힐링도시숲)


이런 유의점을 염두에 두고 직접 뛰면서 5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는 정확한 거리와 조건을 맞추었다. 하지만 하프 코스는 거리가 길어 달리면서 측정하기가 어려워 몇 주를 자전거를 타고 군위 위천 강변 일대를 다녔다. 한번도 가지 않았던 삽령리 마을도 돌아 다녀보고 수풀이 우거진 제방길을 달리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처럼, 달리는 신부의 상상은 즐거웠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데에는 땀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프 코스(군위체육공원-내량1교-내량제-내량2교-강변식당-삽령교-넘밑들 반환)


'살아있는 사람 16' 군위마라톤 대회의 시작은 군위체육공원이다.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9:30분, 하프 코스가 먼저 출발하고 5분 뒤 10킬로미터가 따라서 뛴다. 다시 5분 뒤에 5킬로미터 걷기가 시작된다.


마라톤 코스마다 특징을 두었다. 5킬로미터 걷기의 경우, 달림이들과 같은 코스이지만 마지막에 멋진 현수교를 건너가 '군위 힐링 도시숲'을 한바퀴 도는 코스로 재미를 더했다. 10킬로미터 코스는 위천 강변을 따라 달리는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코스로 기록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것이다. 하프 코스는 다리를 여러번 건넘으로써 서로 다른 풍경의 군위가 펼쳐져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첫번째 임무를 완수했다. 그 다음은 무엇이 필요할까?


코로나19로 '살아있는 사람 16 군위마라톤'을 열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을 본다. 사실 나도 걱정이다. 하지만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정신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지 않는 한 뛸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사람의 마라톤이 볼리비아와 중아공 어린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왔는지 생각한다면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어느때보다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가난한 볼리비아 어린이들이 성탄절만이라도 웃을 수 있도록 살아있는 사람은 달려야 한다. 살아있는 사람이여, 두려움없이 달리자!


바로 신청하세요!

일시: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9시
종목: 5K 걷기, 10K & 하프 마라톤
참가비: 성인 2만원, 청소년/어린이 1만원
신청계좌: 대구은행 508-12-790021-8(살아있는사람)
참가비를 송금하시고 아래 정보를 윤현지 프란체스카(010-3289-0812)에게 문자로 보내주세요.
이름, 세례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참가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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