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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서 온 편지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에서 선교하고 있는 고태권 그레고리오 신부에게 그곳 상황에 대한 편지를 부탁했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살아있는 사람'이 하려고 하는 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누구를 위한 일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씀과 신중함이 누군가에게 빛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찬미 예수님


볼리비아 그리스도 살바도르 성당 주임 신부 고태권 그레고리오 입니다.


살아있는 사람 회원 여러분, 코로나 펜더믹 상황에서 건강히 잘 지내는지요?

예년에는 보내주신 후원금에 대한 감사와 감사하게 이곳 아이들을 도와 주었다는 편지를 썼을텐데, 올해는 염치 불구하고, 여러분에게 부탁을 드리려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아주 먼나라의 뉴스라고 생각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곳에도 올 3월에 첫환자가 발생하면서 여전히 팬더믹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줄었다는 것이 이곳 정부의 발표이지만, 가난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실제로 먹고 사는 문제로 시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정부에서 실제보다 축소 발표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현재 상황입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의 수가 눈에 띄게 는것만 해도 현재 상황이 분명 심각하다는 것을 매일 체험합니다.


교회도 주일미사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다가, 한달 전부터 교구와 정부 지침에 따라 제한된 숫자의 신자들과 대면 미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팬더믹 상황에 가장 충격적(?) 정부의 정책은 올해 초중고 학기를 지난 5월부터 강제종료 하였습니다.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충격 여파는 상상이상이었습니다.


특히, 학교 수업이 없어진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를 따라 공사장, 시장-상인, 세차장, 소작농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선진국의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어른들의 관심과 보호 아래 책을 읽고, 꿈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남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 성인과 같은 노동의 무게를 감당하며 노동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지금같은 팬더믹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의 작고 가난한 저희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 주시기를 청하며, 이렇게 여러분에게 부탁과 격려를 드립니다.


저희 공동체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을 보여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성모님의 보호아래 달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24일(목)

볼리비아 그리스도 살바도르 성당 주임 신부 고태권(그레고리오, 대구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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