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은 관계의 첫걸음

감정표현이 어려운 남편

by 봄의순간

"감정표현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어렵죠. 부정적인 마음은 표현해본 적이 없어요.

내 마음을 어떻게 이야기해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감정에 관한 주제는 일상에 아주 많이 닿아있다.나와 남편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주 다르다. 나는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남편은 슴슴하며 한결같다


남편과의 결혼생활 17년이 지났다.

17년이 지났지만 소소한 갈등은 여전히 지속된다. 갈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가족 안에서의 갈등은 서로의 기대, 가치관, 의사소통, 생활방식에 차이로 일어난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기대와 가치관, 의사소통 생활양식은 바뀌지 않는다.

처음에는 너무 달라서 매력적이었고, 다름의 매력으로 결혼을 하였으나, 너무나 다른 생명체로 인해서 싸우기가 부지수였다. 요즘은 저 사람은 저렇구나를 알고 있지만, 여전히 마주하는 그의 새삼스러움으로 인해, 투닥거림과 갈등은 존재한다. 17년을 함께하고 있지만, 어떻게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갈등을 대처하는 방식 또한 남편과 나의 방식은 사뭇 다르다. 갈등이 생겼을 때 나는 어떤 것 때문에 속상하고, 화가 나는지 비교적 잘 표현하는 편이다. 그러나 남편은 갈등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갈등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남편의 가정환경은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고,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나이차이 많이 나는 형이 하라는 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안에서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감정을 억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랐다. 남편을 처음 봤을 때는 감정 동요가 일어나지 않아서 굉장히 평온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했다. 그러나 결혼하고 알고 보니 남편은 감정을 억압하여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계획하고 예측한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아이를 키우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예상치 못한 변수의 연속인 삶이다. 무엇하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실감한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식사시간을 고대하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기대하지만, 아이들과 하는 식사 시간은 그러기가 힘들다. 어릴 때는 밥을 먹다가 기저귀를 갈기도 하고, 음식을 흘리는 것은 다반사이고 울고 징징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견디기 힘들어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먹었다. 그와 다르게 나의 밥상 철학은 편하고 자유롭게였다. 먹고 싶은 것은 더 해줄 수도 있고, 안 먹고 싶으면 남겨도 된다. 그러나 엄격한 가정환경에 자랐던 그가 나의 방식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래서 식사 시간에 종종 인상을 쓰고, 정색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표현해 주면 좋을 텐데, 어떤 것 때문에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적용이 되었다. 같이 이동하는 순간 큰아이가 했던 행동, 종종 내가 놓치는 것들로 남편은 화가 났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고 운전만 했다. 이동하는 시간의 숨막힘을 아이들과 견뎌낼수 밖에 없었다. 어떤날은 방으로 들어가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는 것, 말을 시켜도 대답하지 않는 것과 같은 비언어적인 것으로 표현하였다.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나는 점점 나의 역할이 늘어났다. 모든 상황에서 아이 둘의 보호자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점점 더 나의 이름을 부르는 횟수가 늘어나며 육아에 힘이 부쳐갔다. 남편에게 바라는 역할이 충족되지 않아 실망감과 불만이 커지게 되었다. 가족 내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피로감과 짜증이 이어져왔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나와 남편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늘어났다


일상의 소소한 갈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책임감으로는 종종 한계에 부딪치곤 나의 화가 폭발하곤 하였다. 그러면 더 큰 갈등이 생기는 법이다. 나와 남편은 갈등 대처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남편은 어린 시절, 감정을 안정적으로 표현해 본 경험이 없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 무조건 표현하라는 것은 결국 또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갈등을 좋지 않은 것이란 인식이 큰 사람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일상에서 소소한 갈등은 별것 아닌 것,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나눠야 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화가 나는지,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화가 나는지 의견을 말해주길 부탁해” “우리는 가족이니 솔직하게 얘기해도 괜찮아. 당신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 볼게 "

남편이 안정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표현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답답해서 직설적으로 말이 나가곤 하였다. 말하지 않고 있을 때에 화가 났음을 느낀다는 것을 말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정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도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조절이 잘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나 또한 미숙하고 유치하기도 욱하기도 한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좌충우돌하며 울고 웃으며 배워간다. 나의 미숙함 지질함이 드러나는 순간이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어른스럽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어른스러운 척도 많이 해봤고, 멋진 엄마가 되고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동자는 정직하다.

정직하고 깨끗한 눈동자를 보며 나의 미숙함을 드러내고 인정하는 용기를 배웠다. 아이들은 대체로 잘 이해한다. 엄마를 더욱 깊이 사랑해 줌을 느낀다. 그래서 감정표현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감정표현이 자유로울수록 가족관계 안에서 사랑이 깊어감을 느낀다. 감정표현은 깊어질 수 있는 관계의 아주 중요한 첫걸음인 셈이다. 남편에게는 좀 더 많은 사랑과 안정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가 더 표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아, 표현해도 돼"

"감정은 표현할수록 사랑이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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