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아프냐. 나도 아파

아프다고 얘기하는 것

by 봄의순간


얼마 전 아이가 여행을 다녀오고 기침과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독감이 아닌가 걱정을 하며 지켜보았다.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고열이 아니니 독감이 아닐 것 같다며 독감검사를 해보자는 극구 말리며 지켜보자 했다. 하루 약을 먹고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 기존에 다니던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이면 다행일까 증상이 심하지 않은, B형 독감이었다.


그즈음이었을까 머리가 계속 띵하고 아프기 시작하여, 나도 타이레놀을 먹기 시작했다.

열이 고열은 안나는 증상. 미열만 지속되는 증상. 독감일 것 같았다.


내가 아프다는 것은 집이 올스톱 된다.

아이를 돌보는 것.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

일을 해야 하는 것

모두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엉킨다.


아프지만,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며,아프다는 것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것이다.

남편이 일을 마치고 들어온다.


“아고. 아이고 나 아픈 것 같다. 흐응 흐응”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낟.

“자기야 나 이상해.”

“속이 울렁거려”.


남편의 호들갑스러운 아프다는 소리에 머리가 지끈 거린다.

아프면 엄살 수치가 열 살 아이와 같아지는 남편이다.


“여보 나도 아파.”

“타이레놀 먹고. 간신히 버티고 있어”

“아프면 약 먹고 들어가서 자. 내일 병원 가고”


어른인 당신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는 소리를 꾹 눌러 마음속으로 새긴다. 아프면 말이 없어지고, 잠만 자는 나와 달리 남편은 참으로 요란스럽다.엄마에게 엄살 부리는 아이 같다.

아프다는 것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 남편도 나에게 자신을 좀 챙겨달라는 이야기 였는데, 내가 아프니 그의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아프면 무거운 이불을 턱끝까지 덮고, 잠을 자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프다고 칭얼거릴 수가 없었다. 엄마는 자주 아팠다. 큰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석증이 있었다.


이석증은 시시 때때로 찾아왔다. 그때 당시에 엄마는 어질병이라고 부르며 일주일씩 누워있었다. 엄마가 아프면 아버지와 나와 동생들은 옴짝 달짝하질 못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석증을 고치고 싶어서, 온 병원을 다녔지만 예방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에 이상으로 어지러움증에 시달렸던 엄마는 건강에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엄마의 안위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아픈 건 별거 아닌 내색조차도 할 수 없었다. 발등에 부스럼이 번져서 피가 나도 그냥 긁을 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픈 걸 참는 아이였다.


사십 대 중반 내게도 이석증이 찾아왔다.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360 돌아서 구역질이 나오고 움직일 수가 없어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의 경우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몸을 돌보지 못해서 찾아온 질환이었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해서 생긴 병이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나도 좀 돌봐달라는 엄살을 부릴 줄 아는 것이었다.


“너도 아프지”

“나도 아파.”

“나도 도움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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