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국립교원대 학생들의 졸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학과가 개설된 지 4년차에 접어들며 졸업생들이 생겼다. 첫 번째 졸업생은 두 명, 두 번째 졸업생은 한 명. 숫자가 참 부끄럽다. 왜 이렇게 졸업자 수가 적은 지 묻는다면, 졸업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일단 논문을 써야 한다. 이 논문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래서 4년 안에 학업과정과 논문을 한 번에 모두 끝내지를 못한다. 그리하여 현재 4년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논문 때문에 졸업을 못한 학생이 네명이 있다. 그리고 이제 4년을 마치고 논문을 끝내가는 학생들이 네 명이 있어서 세 번째 졸업식에는 여덟명이 졸업할 듯하다.
석사나 박사 과정을 보기 힘든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리하여 논문을 심사하는 과정도 꽤 복잡하고 그 하나 하나의 과정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논문을 쓸 것인지 대략의 개요를 발표하는 연구발표회를 하고, 여기에서 통과를 해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그 후에도 논문 지도 교수 뿐 아니라 다른 공동 심사 위원에게 논문을 보내 코멘트를 받고, 이를 고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한 후, 최종 논문 심사를 한다. 세 페이지에 걸친 심사표를 들고 이들의 논문과 논문 발표를 채점한다. 정말, 논문 심사에 가면 우리 학생이 이렇게 똑똑했었나 싶게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움이 뿜뿜 밀려온다. 그만큼 학생들도 준비를 아주 많이 한다.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졸업해서 '어디에 취직할 것인가'이다. 아직 신생학과인데다가, 한국어 수요를 보고 개설된 학과라기보다 앞으로 많아질 것이라는 미래의 비전을 갖고 설치된 학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취업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교사인 내게도 숙제로 얹여졌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실 한국어 교사로서 근무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졸업한 세 명의 졸업생들은 한국어 교사로 근무하게 된 경우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딜가나 첫 번째 입학생들은 학교 생활의 절반이 어수선하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내가 보아도 교사로서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다가 올해 졸업 예정인 학생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올해 졸업 예정인 세 명의 학생들이 파라과이 한국 교육원에서 인턴 교사로 근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내고 면접과 시범수업까지 거쳐 정말 당당하게 교육원에 취직을 했다. 너무 기뻤고, 자랑스러웠다. 이 학생들을 시작으로 다른 학생들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취직 기회들을 많이 얻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은 학생들도 많은데, 이 아이들이 정말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깊은 지식을 얻어 이곳 남미에서 마음껏 한국과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남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마치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듯 이상하지 않을 사회를 꿈꿔본다. 우리 학생들이 이 사회의 '보통의 취준생, 보통의 파라과이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 날이 오기를.
ISE Facebook페이지: https://www.facebook.com/LenguaCoreana.ISE.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