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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선생 Jan 13. 2019

#11. 학생들과 선생님의 특별한 관계

알다가도 모를 이 곳의 사제 관계

 파라과이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지난 시간들은 무엇보다 선생님이 되는 법, 교육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선생님’이라는 단어의 무거움과 아이들은 어느 국가를 가나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만큼 선생님의 역할은 어느 국가를 가도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이기에 내가 느꼈던 사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친구같은 선생님은 되지 말자

   파라과이에도 스승의 날이 있다. 그리고 'Dia de Amistad'라는 '우정의 날'이 있다. 첫해에 정말 놀랐던 것은, 학생들에게 스승의 날보다 우정의 날 더 많은 인사를 받은 것이다. 지난 해에는 '스승의 날'이 주말에 껴서 스승의 날인지도 모른 채 지나갔다. 우정의 날은 친구간의 우정을 기념하는 날이고, 스승의 날은 선생님께 감사하는 날인데, 어찌하여 교사가 학생들에게 우정의 날 더 많은 인사를 받을 수 있는가.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이 곳 사회를 돌아보니, 파라과이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그만큼 편안한다. 한국에서 교권추락이 큰 이슈인데, 이곳은 추락할 교권도 없다. 선생님이 그렇게 권위있는 존재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높지 않고 우리나라 만큼 상하관계의 위계질서가 뚜렷한 사회가 아니기에 한국에 비하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꽤 수평적이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선생님과 학생은 친구가 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친구가 될 수야 있지만, 그러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다. 선생님과 학생사이에 벽이 없어지면 배움과 가르침의 한계가 있게 되고 그것은 선생님의 역할이 아니다. 더 이상 뭐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학생과 선생님은 분명한 거리가 존재해야 아이들도 많이 배우고 선생님도 더 나은 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엄격한 선생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마냥 편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이야기를 자주하곤 했는데, 그것이 틀린 이야기였다는 것을 근무한 지 첫 학기만에 깨달았다. 아이들이 원칙을 지키고 선생님이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수업시간 집중도와 참여도, 그리고 선생님의 말에 대한 복종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나는 우리 학생들이 그런 학생들로 커가길 바란다. 원칙을 지킬 줄 알고 공과 사의 구분이 뚜렷한 사람으로.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사랑하는 선생님”을 넘어서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학교 회의에서 어떤 선생님께서 파라과이 학생들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듣는 순간 오~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사실 이것은 말이지, 파라과이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현란한 교육의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다. 학생들의 마음을 많이 얻을 수록 교육의 효과도 커질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호감도가 학생들의 학습효과와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물론 호감도라는 가벼운 언어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호감도라고 가볍게 표현하기에는 이 과정은 때로는 상처로, 때로는 웃음으로 매꾸어 지는 무겁고 빛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마음도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말이지,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들어올 공간을 두고 들어오라고 해야하니까 말이다. 만약 연애와 비교한다면, 이것은 밀당인데 내가 질 게 뻔한 밀당이다. 질 게 뻔하기에 어쩌면 상처받을 것이 뻔하지만, 이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어쩔 땐 웃음도 상처도 은밀하게 하여, 이 연애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이다.       

  모든 이를 교육할 때 중요한 점이라 했지만, 파라과이 학생들은 참으로 특별하다. 늘 사랑에 고파있고, 굉장히 감정적이고 질투심이 많다. 그래서 이 학생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고, 아이들의 감정적 투정을 받아들일 정말 많은 인내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도 힘든 문화 차이 극복

   몇년 째 지도중이지만 여전히 문화 차이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 나는 그로 인해 상처받았고 “이렇게 상처받다니 나는 선생님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라고도 생각했다. 의연해져야 하는데 이것은 연습해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게다가 나는 임기응변 능력도 없고 내 얼굴은 늘 솔직해서, 암튼 여러 가지로 선생님이 어울리는 일인지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잠시 고민이 스쳐가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첫 학기가 끝나고 이 일이 쉬울 거라고 너무 자만하지 않았는지 반성했었다. 다들 나름의 개성이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근무 첫학기부터 힘든 면이 은근히 많았다. 지금까지도 어떤 학생은 계속 신경 쓰이고 어떤 학생이 보낸 메시지는 생각할수록 괘씸한 메시지이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초등학생같은 마인드로 세상을 계속 살아가는 것일까 싶지만. 순진한 탓이리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삭혔다. 이 모든 학생들을 품을 수 있는 더 넓은 그릇이 되려고 다분히 노력했었다. 정말 가르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학생들과의 관계를 잘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다.      




교사생활 4년차를 마치며, 1년차의 나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은 든다.

“학생에 대한 믿음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3년차에 접어들며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학생을 믿는다.

그리고 신뢰가 때로는 큰 실망으로 다가와도, 끝까지 내가 그 학생에게 신뢰를 보인다면, 학생은 변할 것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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