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이것'이 먼저입니다
Disclaimer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외국계 기업이나 직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며, 회사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지난 글에서는 외국계 회사의 장점과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글 마지막에 살짝 언급했듯, '언제든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공존하는 곳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직장인의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단순히 영어를 더 잘하고, 기술을 더 배우면 해결될까요?
오늘은 AI시대, 그리고 냉혹한 외국계 기업 생태계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인재의 조건'에 대한 제 생각을 풀어보려 합니다.
한때는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것이 성공의 공식처럼 여겨졌습니다. 특정 분야의 깊은 지식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던 시대였죠. 하지만 AI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인재가 되려면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하나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제네럴리스트'로 확장해 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네럴리스트는 이것저것 얕게만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드 스킬을 기본으로 장착하되, 조직 전체를 아우르고 윤활유 역할을 하는 소프트 스킬이 강력한 사람을 뜻합니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실무자(Individual Contributor)와 관리자(Manager)의 트랙이 명확히 나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 봅니다. 각자가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AI가 코딩도 하고, 데이터 분석도 하고, 디자인도 뽑아주는 세상입니다. 너무 지엽적인 기술 하나에 매달리거나,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마이크로매니징에 집착한다면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의 모토는 이것이 되어야 합니다.
"Implement whatever is needed to solve the business problem."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수행한다.)
특정 툴이나 기술 스택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해서 해결해 내는 능력 자체가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개발자니까 코드만 깔끔하게 짜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직군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비즈니스 마인드 함양에 힘써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이 업무가 회사의 수익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우리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방법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 능력과 소프트스킬은 결국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증명됩니다. 지금 당장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매출을 올리는 코드가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 문화에 익숙한 분들이 외국계 기업에 오면 가장 당황하는 것 중 하나가 '속도감'의 차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단 빨리 만들어서 런칭하고 고치자!"는 식의 실행력을 중시한다면, 외국계 기업 일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실제 작업보다 계획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습니다.
계획이 철저할수록 실제 작업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무엇보다 나중에 발생할 실수의 확률과 개수가 현저히 감소합니다.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글로벌 기업들은 촘촘하게 설계된 업무 방식을 선호합니다. 호흡이 안 맞으면 "왜 이렇게 덤벙대?"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죠.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구상 단계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거나, 기획서, 작업 계획서 같은 문서를 아주 빠르고 전문적으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겨둔 문서들은 나중에 성과 평가 때 아주 든든한 근거 자료가 되어줍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바로 '글쓰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감성적인 문학이 아니라,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 즉 '사고의 형식'을 의미합니다.
영어권 문화에서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쓰기 능력을 기본 소양으로 봅니다.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보다, 논리, 맥락,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정리된 글을 쓰는 사람을 더 신뢰합니다.
자기 평가도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구조화된 서술이어야 합니다.
What did you do?
Why did it matter?
What was the impact?
What would you do differently?
예를 들어, 위 구조에 맞춰 단정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성과를 증명해 내는 것, 그것이 생존의 필수 스킬입니다.
앞으로 AI의 발전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전까지, 이 과도기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누군가 창업을 하려고 할 때, 나를 공동 창업자로 데려가고 싶어 할까?"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 내 기술만 파는 사람은 대체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체를 보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책을 기획하고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경쟁력이 확실합니다. 현재 조직에서도,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도 반드시 살아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