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스’, 외국계 기업의 ‘멘토’

외국계 기업에서 느낀 매니저 역할의 결정적 차이

by 프라이데이

Disclaimer

본 글은 제가 근무하며 경험한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회사·팀·매니저에 따라 충분히 다른 사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들어가며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흔히 재택근무나 자유로운 휴가 같은 근무 환경부터 떠올립니다. 저 역시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5년 넘게 이 회사에 다니며 가장 크게 체감한 차이는 근무 조건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중에서도 매니저의 역할이었습니다.


다양한 회사에서의 경험

B2B 비즈니스를 하는 작은 회사에서 IT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중견 게임회사, 대기업 게임회사를 거쳐 게임·교육·핀테크·AI·암호화폐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외국계 글로벌 테크 기업(이라고 쓰고, 사실은 그냥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아마 상위 0.1~1%에 해당하는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근무 환경

100% 재택근무에 출퇴근 체크가 없는 자율근무 환경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저는 리듬이 깨지는 것을 싫어해서 매일 똑같은 시간표로 생활하고 있지만요.


휴가는 연차와 무관하게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고, 아시아에서는 저 혼자입니다. 한국에도 사무실이 있지만, 예전처럼 디지털 트윈이나 메타버스 같은 프로젝트가 유행하지 않는 한 한국 지사 사람들과 함께 일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끔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에 팀 미팅이 잡히면, 다음 날은 적당히 알아서 쉬라고 합니다. 사실 팀 미팅 참여 자체도 대부분 선택 사항입니다.


어느덧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부대끼며 점심을 먹고 회식하는 삶이 그립지 않게 되었고, 혼자 ‘AI 동료’와 함께 일하는 지금이 더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가장 만족하는 것은 ‘조직 문화’

하지만 5년 넘게 이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만족하는 점은 근무 조건이 아니라 조직 문화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단연 매니저의 역할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며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를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외국계 회사의 일하는 방식

회사인 이상 당연히 해야 할 일과 지시는 존재합니다.
다만 팀 단위로 보면, 업무는 스스로 발굴하거나 선택해서 가져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팀에서는 개인의 취향과 강점을 고려해 줍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평가가 좋을 수는 없겠죠.


또한 단순히 “얼마나 많이 일했는가”보다 얼마나 큰 임팩트를 만들었는가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정량적 지표를 통해 성과를 홍보하면 더 좋은 평가와 보상으로도 이어집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같은 규율보다는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가 더 중요합니다. 개인의 리듬을 존중하는 문화죠. 그리고 언제나 가족이 우선입니다. 아이 등원, 병원 방문 등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 그게 먼저입니다.


매니저 이야기

이제 이 글의 핵심인 ‘매니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단 한 번도 소위 말하는 SI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용돈벌이로 부업 프로젝트를 했던 적을 제외하면, 항상 자체 서비스를 가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만 일해 왔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도 평균적인 개발자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한 환경에서 일해온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느끼는 한국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는 몸이 편한 것이 아니라 매니저의 역할입니다.


제 경험상, 한국 회사의 개인 역량과 외국계 회사 직원들의 역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니저는 다릅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고, 한국도 많이 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회사의 매니저가 상명하복식 지시를 내리는 ‘보스’에 가깝다면, 외국계 회사의 매니저는 팀원의 성장을 돕고 업무의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멘토’ 역할에 가깝습니다.


1:1 미팅이 만드는 차이

저는 매니저, 테크니컬 리더와 정기적으로 One-on-one(1:1 미팅)을 합니다. 미팅이 시작되면 항상 지금 제 상태가 어떤지, 업무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그 다음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요청합니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커리어 성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매주 혹은 격주로 반복되는 이런 대화는 시간이 지나며 누적된 효과를 만듭니다. 마음이 안정되고, 일에 대한 의욕과 용기가 생깁니다. 비록 Zoom으로 진행되는 미팅이지만, 미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무리하며

큰 회사에서는 팀장이나 그 위 레벨의 상사와의 관계가,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와의 관계가 업무 경험의 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만약 개인의 성장이나 일의 방식이 특정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종속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외국계 회사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 환경은 유달리 근무 조건이 좋고 팀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의 차이’는 다른 외국계 회사 경험자분들도 대부분 공감하실 부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언제든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 글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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