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인이 되는 삶
시계를 보지 않는 삶, 시간의 주인
유튜브에서 우연히 이 영상을 봤다. '진짜 부자가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이라는 주제였는데, 핵심은 의외로 단순했다. 진짜 부자들이 가진 가장 비싼 것은 물건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거다.
수천억 자산가의 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관찰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쇼핑에 집착하지 않았고, 밥 먹으면서 시계를 보지 않았고, 대화 중에 남의 험담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쓰는 사람들. 그게 진짜 부자의 모습이라는 거다.
듣고 나서 멍하니 내 하루를 떠올렸다.
매일 같은 하루
나는 100% 재택근무를 한다. 시간도 공간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나는 항상 정해진 일과표대로 산다. 주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운동하고, 사우나 가고, 고양이들과 놀고, 아내와 이야기하고, 잔다. 코스트코에서 한 달치 장을 봐서 매일 같은 메뉴의 점심을 먹고, 저녁은 간소하게 해결한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가끔 캠핑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이벤트다.
적어놓고 보면 단조롭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느꼈다.
무료하다고 착각했다
최근 몇 달간 내 삶이 무료하고 게으르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뭔가 더 자극적인 것, 더 강렬한 경험을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했다. 행복의 '강도'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나, 어딘가에 더 투자해야 하나, 사람을 더 만나야 하나. 현재가 부족하다는 전제 위에서 계속 다음 것을 찾고 있었다.
한때 나는 자극이 곧 행복이라고 믿었던 사람이다. 1년 동안 남미를 배낭여행했고, 틈만 나면 해외로 나갔고,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술을 마시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때는 강렬한 경험이 많을수록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나니까 질문이 바뀌었다.
지금 내 일상이 정말 부족한 건가?
내가 이미 가진 것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지 않는다. 한국 조직문화 안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업무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직장인이면서 시간과 공간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큰 건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매일 고양이들 때문에 웃고, 아내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운동 후 사우나에서 멍 때리는 이 시간들. 이걸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내가 원하던 삶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중에 경제적 자유를 완전히 달성해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만 하는 날이 온다고 치자. 솔직히,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관계가 줄었고, 시간이 늘었다
공부하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예전에 만나던 사람들과 대부분 멀어졌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어울리던 시절의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외로운가? 아니다. 오히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는 지금이 훨씬 재밌다.
관계가 줄어든 만큼 내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 안에서 하는 것들의 밀도가 높아졌다. 쓸데없는 약속에 끌려다니지 않으니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단절의 연습'을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미 하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의 점이 내일의 선이 된다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와닿았다.
나는 그동안 점을 찍으면서도 계속 선이 안 보인다고 초조해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어딘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믿지 못하고, 대신 밖에서 뭔가 대단한 한 방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 대부분이 과거의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다. 재택근무 환경도, 투자 공부도, 건강한 루틴도 전부 한순간에 뚝딱 생긴 게 아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점을 찍으면 된다. 운동하고, 공부하고, 글 쓰고. 이 일상이 결국 어딘가로 연결될 거라고 믿기로 했다.
어떤 꿈을 이룰 것인가보다,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이미 꽤 좋은 답 위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