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철 <투자디톡스> 짧은 리뷰

인본주의 관점에서의 투자

by 프라이데이

경제를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 나와 비슷해서, DB증권 문홍철 팀장이 출연한 방송을 가끔 재미있게 보곤 했다. 지금은 투자 전략 관련 유튜브, 책, 블로그는 거의 보지 않는다. 내가 놓치는 뉴스나 나보다 더 잘 정리해 거장의 관점을 전달해주는 콘텐츠만 선별적으로 구독한다. 정치·비즈니스 뉴스도 국내 언론은 보지 않고, 해외 언론과 주요 인물의 소셜미디어를 참고하는 편이다.


나는 투자 경력도 짧고,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분석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투자에서 80%는 감정 조절, 20%는 실행력과 용기라고 생각한다. 기본 원칙은 단순하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따라서 거시경제 전망을 직접 투자에 활용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럴 능력이 없다. 다만 중장기 마켓 사이클 안에서 현재 위치를 보수적으로 해석해서, 크게 흔들리지 않을 투자를 하려고 노력한다.


예측 불가능한 복잡계인 경제 시스템은 선형적인 인과율로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뇌가 다차원적인 경제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늘 겸손한 태도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중심에 두고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문홍철 팀장의 책은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기본 개념이나 새로운 사고의 틀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방송에 나오는 사람의 책을 구입했다. (투자 공부를 시작했을 때 유튜브나 방송에 나온 자칭 전문가·애널리스트들의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100% 실망하고 모두 중고로 팔았던 기억이 있다.)


책을 주문할 때는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물을 받고 더 놀랐다. 두께가 너무 얇았던 것이다.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경제·금융미디어 회사에서 나온 서적이 원래 비싼 편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가격 대비 만족도는 낮아보였다. 부록처럼 끼워준 필사 노트도 나에게는 필요없었다. 물론 책은 분량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므로, 언제나 그렇듯 한두 문장이라도 기억에 남고 행동을 바꾸는 자극을 주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자기소개 문장에서 거부감이 들어 책을 덮어버렸다. '천 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나이기에 책값이 떠올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금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은 뒤 "빨리 읽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다시 집어 들었다.


나는 보통 책을 읽을 때 서문을 먼저 보고, 목차를 여러 번 반복해서 외울 정도로 훑는다. 이후 책에 따라 속독하기도 하고, 한 챕터씩 곱씹어 읽기도 한다. 이 책은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이틀을 넘기지 않고 끝내기로 했다. (이후 언급할 가독성과 난이도는 모두 내 기준이며, 나는 평균 혹은 그 이하 수준의 경제 지식을 가진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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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별 핵심 메시지

제1장 경제 이론과 현실

"경제는 교과서 속 '합리적 인간' 가정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을 아는 것이 최고의 투자 전략이다."


제2장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구 구조가 물가를 좌우한다."

"기술 발전이 반드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3장 원화와 환율

"원화 가치는 한국 경제의 성장성과 직결된다."

"달러의 지배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제4장 세계 헤게모니 변화

"세계 질서의 전환기는 우리의 부를 재편한다."

"한반도는 늘 중심과 변두리의 경계에 서 있었다."


제5장 인본주의 투자

"투자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오답은 있다."

"생존자 편향에 속지 말라."

"지식을 쌓기 전에 사람을 이해하라."


읽으면서 느낀 점

기본적으로 막힘없이 읽히는 편이지만, 문체가 특별히 재미있거나 흥미를 끌지는 않는다. 대신 거시경제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는 독자라면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환율이나 외환 시장의 메커니즘은 바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내 경우 생략된 문장이나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읽으면서 Gemini에 Gem을 만들어서 질문하고 토론했다. AI가 문맥을 풀어주니 훨씬 명확해졌고, 덕분에 속이 시원했다. 이틀에 걸쳐 책을 모두 읽었다.


책에서 '해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덮고 나서 개운한 맛은 없었다. 아마 현재 내 상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인과 결과를 비틀어 생각하고 다차원적으로 사고해보려고 노력했다. 5개 챕터 모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들이었기에, 막연히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앞으로 사고의 폭을 더 발전시킬 계기가 됐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이다.


최종 한 줄 평

확실한 미래 전망이나 단기 매매 팁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다. 담백한 문체 탓에 설득력도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수익보다 손실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복리를 쌓고자 하는 투자자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경제와 금융의 역사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나 스스로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은 리뷰를 쓰는 것보다, 겸손하게 책을 한 번 더 읽어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초간단 핵심 요약

경제·투자는 수학적 이론보다 사람의 본성, 심리가 더 큰 영향을 준다.

정답을 맞히려 하지 말고 오답(실수)을 피하라.

인플레이션·금리, 환율, 세계 헤게모니 변화 같은 거시 구조가 장기 투자에 큰 영향을 준다.

자신을 아는 것(메타인지) 이야말로 최고의 투자 전략이다.

단기 트렌드에 흔들리지 말고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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