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수축과 확장
(오글거림 주의)
살다 보면, 관계라는 게 꼭 오래된 순서대로 남는 건 아니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내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단칼에 끊는 극적인 손절보다는,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문을 닫는 쪽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내가 성장하려는 걸 비웃는 사람
책을 읽고, 새로운 걸 배우고, 스스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보려 하면 "왜 그렇게 유난이야?", "그래 돈 많이 벌어라."
이런 말로 비아냥대던 이들이 있었다. 그런 말 한마디가 쌓이면, 결국 내 열정을 스스로 숨기게 되더라.
그래서 이제 그런 사람들에겐 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응원은커녕 발목을 잡는 그들과의 시간은 에너지를 갉아먹을 뿐이었다.
둘이 있을 땐 조용히 있다가, 여럿이 모이면 나를 비난하는 사람
혼자 있을 땐 다정하고 공감해주던 사람이, 누군가 앞에선 나를 희생양 삼아 분위기를 띄우려 하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찰나에 사람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런 관계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날 이후로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 이중성 앞에서 느낀 배신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술 마시고 꼭 전화하는 사람
명백히 하지 말라고 부탁했음에도 술만 마시면 전화를 걸어 평화로운 밤을 깨뜨리던 사람들.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는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다.
내 시간과 감정을 무단으로 침범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결국 나를 소모시킨다.
발전 없이 설교만 하는 사람
본인은 멈춰 있는데 세상만 탓하고, 남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는다.
그들과 대화할수록, 가두리에서 벗어나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고 싶은 내 열정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그 피로감이 쌓이자 자연스레 그들은 내 곁에서 사라졌다.
성숙하지 못한 조언은 결국 공허한 잔소리에 불과했다.
인간적인 예의와 배려가 전혀 없는 친인척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경계를 함부로 넘는 사람들.
그게 피로 맺어진 관계라도 내 마음의 평화를 침범한다면 끊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이 모든 관계에 대해 이제 굳이 설명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그저 침묵으로 응답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 선택이 내 삶을 비로소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홀로 있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이 고독은 내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공부와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다.
사람관계에 대한 욕구는 1년에 두 번 만나는 군대 친구들로 충분하다.
세월이 흘러도 서로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그 몇 명의 친구들.
그들 앞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야 할까' 같은 생각이 필요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된다.
회사 생활 역시 스트레스가 적다.
글로벌팀에서 일하기 때문에 한국식의 복잡한 '관계 맺음'에서 벗어나 오직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혼자서 사회생활을 헤쳐나가는 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유롭다.
그래서 예전 직장 동료들과 점점 멀어진 것도 아쉽지 않다.
나의 변화에 맞춰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 내 곁에 남은 소수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기쁨은 더 크고 깊다.
어쩌면 인생은 그렇게 수축하면서 확장되는 것 같다.
겉으로는 줄어드는 듯하지만, 내면은 점점 넓어지고 단단해진다.
이렇게 사는 지금이 내게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