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만의 Nov 18. 2021

무슬림 여인에게 일부다처제에 대해 묻다 Ⅱ

궁금한 건 못 참는

나라별 결혼식에 대한 주제는 참으로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도 있다 보니, 체코 피플, 스탄 피플, 중국 피플이 자신의 결혼사진을 들고 오기도 하고, 여자 친구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왜 여자들은 아시안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 결혼은 할 필요가 없고 섹스파트너만 있으면 된다라는 의견, 결혼은 했지만 결혼 안 하는 게 나았을 거라 생각한다는 의견,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나왔다.


체코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든 생각은


'난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헛배웠구나!'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학교 영어시간, 학원 영어시간에는 이렇게 진지하게 영어로 토론한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문법이 맞거나 안 맞거나 막 떠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문법이 맞든 안 맞든 영어로 마구마구 말한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그 단어에 대해 정말 쉬운 단어로 '그거 있잖아, 그거, 그거' 하면서 막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그러면 누군가가 '아 그 단어? 네가 말하고 싶은 단어가 그 단어야?' 하면 '오, 고마워! 그 단어 맞아'하고 설명을 이어간다.

그래, 영어학원은 이래야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입도 뻥끗하지 않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아, 미안. 나중에 다시 얘기할게'그러고 후진을 해버리는 그런 식의 한국 영어수업으로는 당최 실력이 늘 리가 없다.


여하튼, 세계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수다스럽게 나누면서 갑자기 나는 궁금한 게 생겨버렸다.


궁금한 게 있으면 또 그걸 꼭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스탄 피플에게 정말 툭 하고 물어봤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민감한 주제라 그렇게 가볍게 물어볼 일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스탄 피플들과 친하기도 하고 같은 아줌마들끼리 뭐 어때 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근데, 너희는 일부다처제라며? 그거 여자 입장에서 괜찮아?'



정적.


아... 너무 민감한 얘기를 꺼낸 건가?


저 스탄 아줌마들의 남편들이 내일 대거 칼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와

'알라의 이름으로!!'라고 얘기하며 명예롭게 날 살해할 지도 모르는 상황인 건가?


너무 조용하니 체코 남자아이 중 하나가 말했다.


'나도 궁금해, 일부다처제가 남자 입장에선 좋겠지만 여자 입장에서는 좋을게 전혀 없잖아. 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또 결혼을 해도 넌 괜찮니?'


또 정적.


그러다 스탄 피플 중 한 명이 대답했다.


' 너희가 생각하는 일부다처제와 우리의 일부다처제는 달라.

사실 남자들이 와이프를 여러 명 두는 것은 그 모든 여자들에게 봉사하는 것과 같아.'


그 말을 들은 체코 남학생이 푸하하 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아니 잠깐. 무슨 소리야. 무슨 봉사? 여자가 봉사하는 거 아니고? 남자가 무슨 봉사를 하는데?'

하고 물으니


스탄 피플이 대답한다.

'아프가니스탄은 너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 많아서 남자들이 그 여자들과 결혼해 주지 않으면 그 여자는 거리에서 몸을 팔아야 될 수도 있고 거지가 되어 죽어갈 수도 있어. 그래서 그 여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여러 명의 와이프를 둘 수밖에 없는 거야!'


나머지 학생들이 살짝 수긍을 할까 말까 하고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내가 또  한 번 더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그럼, 그 남자들은 불쌍한 할머니들은 왜 그냥 두는데? 젊고 예쁜 여자들만 거두잖아. 내가 보기엔 늙고 가난한 할머니들이 더 불쌍한데?'


그 말을 들은 학생들과 선생님은 모두 박장대소했고

스탄 피플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의 나라 문화에 대해 왈가왈부한 것 같아 좀 미안하다 싶은 마음은 드는데 그땐 그게 너무 궁금했고 이 궁금증을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평생 해결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무슬림 여인들은 그렇게 믿고 있더라.


'불쌍한 여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남자들이 일부다처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실은 뭐, 내가 알 수가 없고. 그녀들이 괜찮다면 내가 뭐 어쩔 수 있나.

종교의 세계는 심오하니 그냥 넘어가자.


아무쪼록 한글을 아는 무슬림 남자가 이 글을 읽고 한손엔 칼을 다른손엔 코란을 들고 날 찾아와 '알라의 이름으로!'라고 말하며 그 칼을 나에게 휘두를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무슬림 여인에게 일부다처제에 대해 묻다 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