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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만의 Nov 20. 2021

유럽 국제학교에서 외국인 학부모 사귀기1

영어가 제일 어려웠어요


앞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과 같이

우리 아이들이 유럽 국제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의 영어실력은 겨우 파닉스를 뗄랑 말랑 한 정도였다.


'와... 정말, 누구야! 누가 그런 말을 한거야?!'


누가 외국 가면 아이들은 저절로 영어를 배우니 한국에서 미리 시킬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 건지..

그런 말 하지 말자. 세상에 쉬운 건 없고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영어권 나라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었다.(해외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영어가 목적이라면 비영어권 국가는 가지 말자.)

사실, 생각해보면 유럽 대륙 전~~~~ 체를 통틀어 영어를 쓰는 나라는 영국, 아일랜드,  몰타 정도밖에 없다. 생각해 봤는가? 에이~ 그럴 리가.. 싶어도 진짜 그렇다.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유럽에서 영어를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해도 무리가 없다.

유럽인들은 다들 영어를 잘하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쓸 것 같아도 전~~~ 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유럽에서 국제학교를 다닌다' 하는 말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배우겠군'이라는 말과  동일하지는 않은 거다.



국제학교에 딱 입학시키면 일단 이아이의 영어 수준이 어떤지 테스트를 한다. 아주 당연히 우리 아이들은 최저 수준이지. ㅋ

안 배운 거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영어 수준이 수업을 들을 수준이 안된다는 판단이 서면 EAL(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프로그램에 넣어준다.


영어를 못합니다 라는 낙인을 이마에 찍어주는... ㅋ


한국 아이들은 한국에서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오거나 영어에 아주 노출이 많이 된 상태가 아니면 거의 EAL반에 들어간다. EAL반은 두 개 학년을 한 그룹으로 해서 몇 반이 구성되는데 한국 아이들이 꽤 많았다.


우리 아이들은 EAL반이었고 하루에 한두 시간은 그 반 수업을 들어야 했었기 때문에 한국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한국 아이와 절친이 되는 것을 꺼려한다.

외국에서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국제학교를 다니는데 한국 친구와 한국말로 수다 떨다 오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습관을 잘못들이면 한국 아이들끼리 뭉쳐 다니고 외국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도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끼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국제학교에서 한국인의 섬이 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 학교생활은 그냥 망하는 거다.


우리 아들도 이 때 정말 힘들었나보다



우리 아이가 외국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려면 꼭 필요한 것이 외국 엄마와의 교류이다.


파란 눈에 금발을 가진 외국인 엄마와 교류하는 것이 정말 만만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들은 정말이지 친절하고 우호적이고 상냥했지만, 그녀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내 겨드랑이에는 땀이 흥건했고 대화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는 내 뒷목이 뻐근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냐.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사귀고, 그 친구들과 절친이 될 수 있고, 그 결과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다면 내 겨드랑이와 뒷목쯤이야 가볍게 포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먼저 친해진 엄마는 세르비아 국적의 엄마였다.

우리나라도 파자마 파티처럼 아이들을 친구 집에 재우고 밤새도록 수다를 떨며 친해지는 문화가 있는데 외국에선 그것을 sleepover라 한다.

'엄마, Electra집에서 Sleep over 해도 돼요?' '왜 안 되겠니, 제발 그래라.'


내 아이가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sleepover를 하고 나면 그다음 순서는 내가 그 아이를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이다.

꼭 순서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지만, 인지상정이고 사람들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비슷한 룰이 적용된다.

다음번에 내가 초대하지 않으면 친해지고 싶은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파자마 파티가 잦은 편이 아니지만 외국 아이들은 정말 자주 sleepover를 한다.


Sleepover를 하면 친구 집으로 내 아이를 픽업하러 가야 되는데, 초인종을 누르고 픽업하러 왔다 그러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차 한잔 하고 가세요~!'


제일 두려운 말.


학교에서 잠시 인사 정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제대로 대화를 해야 되는 상황.


영어가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


차 마시고 가라고 말하는데

'싫어요! 안 해요!'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ㅜㅜ


참고로 이 친구 집은 엄마가 세르비아인, 아빠가 그리스인, 할머니는 오스트리아, 외할머니는 헝가리, 아이들은 영어가 가장 편한 정말이지 글로벌한 언어의 집이었다.

그래서 그 결과 아이들은 그리스어, 세르비아어, 독일어, 헝가리어, 영어, 제2외국어인 프랑스어까지 6개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엄청난 스펙의 아이들이었다.


여섯 개의 국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집에서 달랑 모국어 하나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영어 하나 딱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나와 내 아이는 아인슈타인과 침팬지의 구도 정도 되지 않았을까?


부끄럽다..

영어공부 좀 적극적으로 해 놓을걸.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해야지


아이들은 놀고 있고, 나는 세르비아 엄마와 영어로 대화를 했다.


아이들이 한국문화를 너무 좋아한다.

아직 한국 팝을 듣지는 않지만 한국의 물건들, 한국의 놀이문화, 한국말 등에 큰 관심을 보인다. 누가 알겠냐,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게 될지,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할지. 이런 얘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그녀의 말에 호응해주고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내 의견을 말해가며 대화를 했다.


나중에 거의 한 3년이 지났을 때 세르비아 엄마가 나에게 얘기했다.


'한국 엄마들은 너무 외국 엄마들하고 못 어울리는 것 같아. 인사하려고 다가가도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대화를 하려고 하면 하기 싫어하는 티가 역력해. 국제학교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 자기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가 국제학교잖아. 한국 엄마들끼리만 뭉쳐서 근처에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게 하려면 국제학교를 왜 보내는 거야?


그런데 너는 처음엔 영어를 잘하지 않았지만 대화를 하려고,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고, 지금은 너무나 영어를 잘하는 것 같아. 나이 들어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 대단해. 존경스러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노력은 어디서나 존중받고 사람들이 보는 눈은 그 눈이 파란색 눈이든, 노란색 눈이든, 검은색 눈이든 좋은 면을 좋게 바라보고 나쁜 면을 나쁘게 바라보는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의 sleepover, 한두 시간의 티타임으로 외국인 학부모와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유럽 국제학교에서 외국인 학부모 사귀기 2에서 내용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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