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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만의 Nov 18. 2021

무슬림 여인에게 일부다처제에 대해 묻다 Ⅰ

궁금한 건 못 참는

아프간의 현실을 잘 나타낸 소설 '연을 날리는 소년',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등을 읽어보면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 수 있다.

탈레반 집권 전의 그 자유로운 아프간의 문화, 탈레반이 집권하고 난 후의 믿을 수 없이 참혹한 사건들, 탈레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등이 가감 없이 잘 나타나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봄은 올 수 있을지.. 1970년대, 80년대의 자유로운 아프간 여자들의 옷차림새나 사회의 위상을 보면 지금의 부르카를 입은 그녀들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프간 사람들이 왜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지가 궁금하면 그 두 소설을 읽어보면 대충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금상첨화로 아주아주 정말 정말 스토리가 재미있다.

그 소설들을 읽고 무슬림이 나쁜 게 아니라 극단적 무슬림이 나쁜 거구나 라고 생각했고, 무슬림에 대한 편견 없이 무슬림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부다처제, 부르카'등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문화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종교적인 부분이라 말하기가 껄끄럽긴 하지만)




체코에 있는 4년 동안 3년을 영어학원에 등록하여 다녔다.


사실, 영어를 딱히 잘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데 굳이 마흔이나 먹고 영어학원을 다닐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땐 이런 마음이었다.

영어를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정도의 영어실력으로 평생을 살면서 '아, 영어 좀 간지 나게 잘했으면 좋겠다' 아쉬워하지 말고, 좀 귀찮긴 하지만 4년 동안 집약적으로 영어학원을 다니면 내 취약점인 스피킹을 좀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그때 영어를 좀 다져놓을걸 하고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여행을 다닐 때도 유창한 발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이 호텔에 묵고 싶다. 너희에게 방이 있는가?' 이따위 AI 같은 딱딱한 영어가 아닌

'음~ 이 호텔 정말 편안하고 좋아 보이네요. 방 있어요? 가능하면 고층이면 좋겠어요. 후훗~'


이런 정도의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영어학원을 등록하고 3년 동안 다니게 된 것이다.

지금은 '기왕 다니는 거 더 열심히 다녀서 인증시험도 제대로 쳐 볼걸 그랬네.'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라는 놈은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돌아와서 결국 를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니까.


우리나라는 밖에 나가면 발에 걷어차이는 게 영어학원이지만 체코는 그렇지 않다.

일단 학원의 존재가 거의 없고, 학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수가 극소수며, 집이 부유하면 개인튜터를 구하고 집이 가난하면 아예 사교육비를  쓰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 거의 없다.

아, 참고로 체코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비가 무료다. 독일도 그렇다. 자식을 키우는데 돈이 거의 안 들어가는 아주 바람직한 곳이다.(대학교까지의 학비, 병원비가 무료)


내가 다닌 학원은 내가 살던 집 가까이에 있는 옥스퍼드 대학교 공식 영어학원이었다.


이 학원을 다니면서 '음, 이학원을 선택하길 잘했군.'이라고 생각한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옥스퍼드 영어 학원답게 시스템, 교재 등이 아주 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싸다 라는 것이었고, (매일 세 시간 강의에 월 십오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이었다. 한국 강남 테헤란로에서 이런 형태의 원어민 또는 준원어민 수업을 들으면 한 달에 거의 백만 원인 걸로 알고 있다.)


그 두 번째가 엄청난 다문화, 다인종 학원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선생님들은 체코, 그리스, 영국(우스터, 웨일스), 이탈리아, 폴란드, 중국인들이었고,

학생들은 체코,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베트남, 한국, 타지키스탄 등으로 다양한 국적들이었다.


이 정도면 아주 대단한 동서양의 만남 아닌가!


웬 체코 영어학원에 ~스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하는 의문이 들 거다.

 체코는 공산국가였다가 민주주의 국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 인근의 -스탄 국민들이 편하게 여기는 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싸다. 엄청나게 비싼 영국에서 어학연수과정을 하기에는 비용적인 문제가 있는 나라의 학생들이 체코로 몰려든다.

여하튼, -스탄 피플이 많았다.


그래서 평생 중동은 가본 일도 갈 생각도 없었던 내가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무슬림 친구들이 아주 많이 생겨버렸네?


'오호~ 흥미롭군, 흥미로워.'


학원을 간 첫날,

사십 대 아줌마답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떤 사람들이 왔나 하고 탐색하고 있는데 내 레이더망에 포착된 젊고 아리따운 중동 커플이 있었다. '머야 머야, 사귀는 사인가 보네? '하고 관심을 주고 있는데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하란다.

그 중동 커플 중 남자가 '엇, 나는 여기 학생 아닌데요, 나는 자기소개할 필요가 없겠어요.'그런다.


선생님이 눈이 똥그래지며

'그럼 넌 여기 왜 앉아있니?' 하니


'나는 이 여자의 남편이고, 여자는 혼자서 밖을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옴마야....

탈레반이야 뭐야.. 히잡을 쓰고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 생각했어! '

(유럽에선 무슬림이라도 히잡, 부르카 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여기서 내가 피식 웃거나 손을 들고 그게 뭔 개소리야?라고 말을 한다면

저 남자는 책상을 타 넘고 빛과 같은 속도로 당장 나에게 뛰어와


'알라의 이름으로!!!!'

라고 외치며 내 팔을 자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정색을 하며 '영어수업 같이 등록할 거 아니면 이 반에 계속 앉아있을 수는 없다. 다음부터는 니 와이프만 왔으면 좋겠다.' 하니


오케이, 오케이. 그러더니 다음 시간부터는 둘 다 보이지 않았다.


하아.... 이런 탈레반 같으니라고..


학원을 몇 달 정도 다니면서 -스탄피플, 체코피플, 중국피플과 음식도 나눠먹으면서 '저들도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라고 생각하던 중 학원 선생님인 안나가


'다음 시간에는 나라별 결혼식에 대해 얘기할 테니 준비해서와요'


라고 숙제를 내줬다.

뭐, 한국이야 준비할 게 있나.

인터넷에서 사진 몇 장 찾아서 보여주고 한국은 결혼식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이 한다. 대량생산체제다 뭐 이런 말만 하면 되겠지 하고 다음 수업에 참석했다.


수업을 시작하고 한 십 분 정도 선생님과 근황 토크를 하는데 체코 스무 살 남자아이가 한숨을 푹 쉰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웬 한숨이야?


음.. 결혼식에 대한 숙제를 하다가 여자 친구랑 싸웠어요.


왜?


전 지금 여자 친구랑 여자 친구 부모님 집에서 동거하며, 여자 친구의 딸을 키우며 같이 살고 있는데요, 여자 친구한테 니 예전 결혼식 사진을 주면 숙제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라고 말했다가 혼났어요. ㅋㅋ


옴마야... 여친 부모님 집에서 동거, 여친의 딸, 여친의 결혼사진 모두가 다 상상하기 힘든 단어의 조합들이었다.


역시나 오픈마인드의 숨기는 게 없는 유러피안이다.

자기 여친한테도 너무 쿨했던 나머지 쿨 몽둥이로 얻어맞은 그 친구를 보면서 아, 다르구나. 문화 차이가 있구나 생각했다.


세 번째 문화충격은 그 나라별 결혼식에 대한 수업시간에서 한번 더 받게 되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니 '무슬림 여인에게 일부다처제에 대해 묻다 Ⅱ' 에서 남은 얘기를 마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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