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별 건가요?
* 2022년 10월, 의원면직 2주 전에 쓴 글
공직에서 5년 반을 소처럼 일한 나는, 2주 후 드디어 의원면직을 한다.
다 좋은데, 미친 짓 하나를 해야 한다. 말없이 모든 동료들과 연락을 끊는 거다. 얼마나 가까웠든 얼마나 친했든 간에.
3년 차부터 또래 동료들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다. 사적으로 밥도 먹고 여행도 가고 땡땡이도 쳐가며 깊은 속 얘기도 고민도 털어놓았다. 우리는 서로 의지했다.
그런데 퇴사를 앞둔 나는 더 이상 그 관계들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며칠간 혼란스럽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내 혼란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기 위해 찬찬히 내 머리 속을 들여다보며 이유를 찾았다.
나는 그냥, 퇴사하고 나서 공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모두 끊고 싶다. 그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이 조직은 항상 끔찍했다. 내 자유와 자아와 생각과 독창성을 너무 당연하게 침범하고 바꾸려 하는 이 곳이.
나를 24시간 365일 얽매이게 했던 여길 벗어나고 다시는 생각하지 않고 싶다.
그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제는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이 내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선택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인생이 싫어서 퇴사를 선택한 나는 나의 행동을 믿고 존중하며 응원한다.
여태 나의 자유를 빼앗은 공직에게 복수라도 하듯, 이제는 공직의 먼지 한 톨조차 내가 내 선택으로 만든 나의 자유로운 곳에 침범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나는 동료들에게 마음 속으로 작별을 고한다.
모두들 안녕!
잘 지내.
벌써 저 글을 쓴지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 난 의원면직 후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가족과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만 알려주었다.
글에 나온 대로 동료들과도 아주 연락을 끊었다.
놀랍게도 어떠한 부분도 후회를 한 적이 없다.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물론 내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꽤 많지만, 내가 가고 있는 길을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결정한 대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