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잠깐 나를 위한 여백
《읽씹》
카톡을 읽었다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게 끝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몇 번이고 열어보며
답장을 고민했을 텐데
요즘은
굳이 애쓰지 않는다
서운하거나
서툰 말로 상처 줄까 봐
조심스러워진 것도 있고
그냥
지금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은
답을 늦게 보내고
어쩌다 보면
잊기도 한다
예의는 지키고 싶지만
모든 관계에 다
진심을 쏟아내긴
이제 조금 벅차다
거리를 둔다고
마음을 끊은 건 아니니까
그저 지금은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조용한 삽십대일 뿐이다
예전엔 누가 톡을 보내면
최대한 빨리 답장했다.
읽고도 답 안 하면 예의 없어 보일까 봐,
괜히 서운하게 보일까 봐,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 봐.
그래서
내가 힘들어도
내가 바빠도
어떻게든 답을 써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모든 말엔 마음이 따라야 하는데,
나는 그냥 반사적으로만 답하고 있었구나.
요즘은
답장을 조금 늦게 보낸다.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말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 때쯤.
늦는 건 미안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정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읽씹이 목적이 아니라,
나를 소진하지 않기 위한 간격이라고 믿고 있다.
관계도 마음도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어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