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나는 친구가 정말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부는 잘 못했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다. 한밤 중에 내 생일이라고 학교 운동장에 30명이 넘는 친구들이 모여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적도 있다.
당시에는 그 친구들이 평생 가는 친구들이라 생각했고, 마치 형제나 다름없다는 듯이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만나서 같이 울어주곤 했던 친구들이었다.
마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맺은 유비와 장비, 관우와 같은... 그런 친구들...
그러나 지금 내 핸드폰 연락처를 보면 그 많던 학창 시절 친구들 중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서너 명 밖에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물며 중학교 친구들은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모임을 만들지 않으면 절대 만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여 회비를 걷고 정기모임을 가지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도원결의를 한 친구들인데...'
20대까지만 해도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고 있으면 많이 안타까워했다.
보고 싶은 마음, 걱정되는 마음 등...
하지만 30대 중반, 지금 나는 사실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무감각해졌다.
'내가 이상한 건가?'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에게 연락도 하지 않는 그 친구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다.
"야. 00 이는 잘 지내냐?"
"걔? 모르겠어. 뭐 00 이가 그러는데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거 같기도 하고."
'죽고 못살던 사이, 그런데 지금은 남이나 마찬가지인 사이.'
내가 생각하는 친구(인간관계 포함)는 필요와 불필요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한다.
'뭐? 그럼 친구가 더 이상 필요 없으면 버리는 거냐?'
흠... 버린다? 사실 '버린다.'라는 표현에 너무 포커스를 두지 말기 바란다.
필요와 불필요가 거슬린다면,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도움이 되는 친구,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
도움이란 것은 금전적일 수도 있고 삶의 지혜로도 받을 수도 있으며, 감정적으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오히려 나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주거나
내 조언(지혜)이 필요할 때만 찾거나
또는 내 감정을 상하게 하는 친구.
오랜 시간 함께 했다는 이유로 그런 친구를 시간과 돈을 써가며 계속 만나야 하는 것일까?
어릴 적 도원결의를 했던 친구가 지금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라면, 더 이상 그는 어릴 적 나와 도원결의를 한 친구가 아닌, 그저 다른 사람일 뿐인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모두 평등하게 쥐어진다. 그 소중한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혹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를 만나거나.
만약 여러분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친구와 만날 때마다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긴다면, 고민해 보길 바란다. 그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주는 친구인지, 아니면 그저 오랜 세월 함께해 왔다는 이유로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감정과 시간, 그리고 돈을, 그 어느 것보다 우선적으로 소중히 여겨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낭비가 얼마나 불필요한 것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