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랜드 Aug 29. 2023

내가 아빠가 되다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 정답은 나에게 있다.

처음 와이프 임신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획했던 아이였지만 막상 내가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임신 소식을 들은 아빠들의 반응을 보는 '임밍아웃' 당시, 와이프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내가 멍하니 카메라만 응시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면 나에게 묻는다.


"이날 별로 안 기뻤어?"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기분은 기쁘다, 안 기쁘다는 단어로만 딱 표현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감정이 오갔었던 것 같다. 



그렇게 와이프가 임신 40주가 다 되어 갈 때, 예상보다 1주일 정도 빨리 나는 아빠가 되었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 딸의 아빠. 그렇게 아빠가 되고 나서 처음 50일은 너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주변에 먼저 아빠가 된 친구들이 자주 말해주었다.


"야. 100일까지는 정말 힘들 거야. 정신이 없어. 100일의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처음 50일 동안은 항상 기도를 했던 것 같다. 


"00아 얼른 100일 아가가 되자~!"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100일이 다가왔고 나는 마치 정말 100일이 되면 친구들이 말했던 100일의 기적이 당일에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리석은 기대였다.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100일 잔치에서 가족들 손을 타서 그런가, 아이의 투정은 더 심해졌다.


나는 와이프한테 말했다.


"100일의 기적은 그냥 사람들이 하는 소리인가 봐."


와이프는 좀 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잠깐 사람들 손 타서 그럴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와이프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빠는 00 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흠...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왜?"

"아니. 친구가 무슨 테스트라고 보내준 링크가 있거든, 그거 해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뭔데?"


와이프가 보내준 링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성향'테스트 같은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런 SNS 상에서 떠도는 테스트를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결과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던 걸까? 그 자리에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결과: 아이의 조언자이자 조력자일 뿐, 아이가 스스로 재능을 찾도록 조용히 돕는다, 강요하지 않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사람' 등등]


와이프는 내 테스트 결과를 보고 말했다.


"와~ 뭔가 오빠는 진짜 이렇게 키울 거 같아."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근데 뭐, 나도 사실 이렇게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


단순하게 시작된 대화였지만, 나는 그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왜 이렇게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할까? 정말 맞는 걸까?'


생각의 고리는 나의 학창 시절까지 이어졌고, 학창 시절의 나를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나를 항상 믿어주셨다. 공부를 못해도 어머니는 나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건 네가 잘하는 것을 찾는 거야. 우리 00 이가 잘하는 걸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친구와 싸우고 돌아왔을 때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엄마는 알고 있어. 너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친구를 때리는 건 정말 나쁜 행동이야.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해." 


지금 어머니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행동이 반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참고 기다려 주셨던 것이다. 처음 친구와 싸우고 돌아왔을 때, 그리고 또 싸우고 돌아왔을 때, 그 이후로 또 다른 말썽을 피우고 돌아왔을 때도. 어머니는 화내시지 않으시고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셨다. 


"이번 일은 네가 잘못한 거야. 하지만 엄마는 너를 믿어. 꼭 착했던 00 이로 돌아올 거라고."


그런 어머니는 나에게 조언자이자 조력자였고, 내 재능을 스스로 찾도록 조용히 도와주셨으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를 존중해 주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물론, 내가 어머니의 이런 교육방식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더라면 이 이야기의 신빙성이 더 높아졌겠지만, 사실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주변 사람들 보다 조금 뒤처져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현재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 누군가 중 몇몇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운 거 아냐? 더 엄격하셨으면 지금의 너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거야."

뭐, 이런 반문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그리고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를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나는 행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친구들보다 월급이 적다.

그리고 나는 이룬 것보다는 실패한 적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항상 희망을 갖는다. 


지금은 친구들보다 소득이 적더라도 올라갈 곳을 바라본다. 

이룬 것보다 실패한 적이 많지만 실패로 배운 것이 많다. 

그래서 다음 도전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해한다.


어머니교육방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글쓴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었고, 그런 믿음을 받은 나는 비록 부족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내 아이 또한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사람이 살다 보면 수많은 벽에 맞닥뜨리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노력으로 넘을 수 있는 벽이 있을 것이고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타고난 능력으로만 넘을 수 있는 벽이 있을 것이다. 

내 아이도 마찬가지로 살다 보면 넘고 싶지만 본인의 능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내 아이는 그 벽에서 좌절하지 않고 "돌아가면 되지." 하면서 쿨해질 수 있는, 그런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나 또한 어머니의 교육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으로, 요즘 아이를 양육하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다양한 매체에서 '이게 옳다, 저게 옳다. 이렇게 해야 한다.' 등 여러 정보를 많이 얻으면서 아이를 양육하고자 한다. 그리고 간혹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찾아오셔서 아이를 보실 때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엄마(어머님). 그렇게 하면 안 돼."


공부를 떠나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자신을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만약 현재의 본인 성격, 모습 등에 만족을 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면, 여러분 부모님의 교육방식이 훌륭하게 먹힌 것이 아닐까? 

SNS에서 전문가가(혹은 자칭)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할 때,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하셨는지 생각해 보자. 양육의 전문가는 의외로 여러분 가까이에 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면 부부간의 많은 대화를 해보기 바란다. 현재의 자신에게 불만족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의 답도 과거에 있을 것이다. 그 답을 양육자 간의 대화로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기 바란다... 

'나'라는 존재는 우리 부모님 양육방식의 결과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관계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