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하나. 프롤로그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세 달이 흘렀다. 전례 없는 사태로 인해 급하게 중도 귀국을 하고, 2주 간의 자가격리 생활을 보내고, 급하게 복학을 해서 정신없이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달력을 들여다보니 어느덧 세 달이나 흘러 있었다.
핑계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미국 생활기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머릿속에 항상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글 구성에 대한 기획 아닌 기획은 혼자 어느 정도 짜 놓고선 정작 시작을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 생활에 푹-빠져 살았다. 미국에서 있었던 모든 시간들이 행복했다. 그러다 보니 거의 쫓기듯 한국에 돌아왔을 때, 미국에서의 행복함과 한국에서의 무력함에 대한 괴리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미국 생활을 온전히 끝까지 즐기고 왔더라도 아쉬움을 안고 왔을 텐데. 계획했던 시간을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고 돌아왔던 그 허망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글을 쓰다 보면 글의 주제가 되는 시점을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 보기 마련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미국에서 보낸 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우울해졌다. 아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서 선뜻 글을 즐겁게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세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의 시간들이 여전히 그리운 것은 똑같지만 이제는 그때를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웃으면서 "그때 좋았는데~"라며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올해 1월 7일, 미국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그리고 3월 25일, 모든 것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중도 귀국했다. 심상치 않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내가 귀국을 해서 얼마 후 미국 내 확진자는 100만 명이 넘었다. 미국에 있을 때는 한국으로 가기가 그렇게 싫었는데… 백번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심지어 최근 인종 차별 사태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미국의 봄학기에는 Spring Break이 1주일 간 주어진다. 앞뒤로 주말까지 붙이면 약 10일 간 자유다. 스프링 브레이크 때 여행을 갈 줄 알고, 그리고 학기가 끝나고 한 달간 여행을 많이 다닐 줄 알고 평소에 여행을 안 다녔다. 교환학생이면 여행만 다니지 않느냐 하는데… 생각보다 갈 여유도 별로 없었다.
자연스럽게 기숙사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았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에서 어느 정도 ‘살아야’ 알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여행만 많이 하게 되면 관광지로의 미국만 즐기게 되기 마련인데, 외국인 친구들과 부딪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소위 말하는 찐(?) 미국 문화를 배웠다.
그래서 내 경험들을 글로 소소하게나마 남겨보고 싶었다. 단순히 여행만 가서는 해보지도 못하고, 몰랐을 경험들이니까.
나는 미국의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든 경험들은 내가 있었던 곳의 관점에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은 주마다 특성이 정말 달라서 내가 적어갈 경험들이 미국의 모든 곳에서 통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당부하고 싶다.
미국은 각 주마다 별명을 가지고 있다. 주의 특성에 맞춰서 별명이 붙는데 예를 들어 뉴욕은 Empire State이고, 캘리포니아는 Golden State이다. 미국 차를 보면 번호판마다 주 별명이 쓰여 있는데 번호판 보는 재미도 나에겐 나름 쏠쏠했다. 뭔가 드라이버의 출신 주를 알아버린 것 같아서. 내가 있었던 애틀랜타는 복숭아가 유명해 Peach State라고 불린다. 그래서 이번 매거진 제목도 그 특성을 살려 지었다.
앞으로 내가 기록할 내용들은 정말 ‘내 경험’만을 토대로 담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도 있고,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나의 특별한 경험들을 나누고 싶다. 누군가에게도 신선한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주제는 중구난방 식으로 이어갈 예정.
**대문 사진 출처: uscustomstick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