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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미국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복숭아 둘. 미국에서 자주 쓰는 말들

by INGDI 잉디

해외 생활의 장점 중 하나는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회화 연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지에 직접 가서 대화를 하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 미국에서 나를 제외한 3명의 외국인 룸메이트, 다른 나라 교환학생 친구들, 수업에서 만난 현지 학생들, 우버 기사님들, 음식점 및 카페의 직원들 등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자주 쓰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사실 따져보면 굉장히 기본적인 말인데도 적응과 연습이 되지 않았을 땐 먼저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난 후엔 내가 먼저 입을 떼 볼 수 있었다.


만났을 때: How are you? How are you today?

친구를 만났을 때, 우리나라에선 친구의 상태에 대해서 잘 묻지 않는다. 안녕! 뭐 먹으러 갈까? 의 대화 흐름이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겐 잘 지냈어? 정도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선 만나자마자 상대방의 상태를 묻는다. 오늘 너 어때?라고 물어본다. 별일이 없으면 대부분 “I’m good”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바쁘면 바쁘다, 피곤하면 피곤하다 라는 답변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본인의 하루나 일상에 대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친구끼리 뿐만 아니라, 일반 카페에 가도 주문하기 전에 직원이 How are you?라고 먼저 물어봐 주었다. 형식적으로 하는 말일지라도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나에겐 타이라라는 자메이칸 룸메이트가 있었다. 룸메이트 중에서 이 친구와 대화를 가장 많이 했는데, 내가 기숙사로 돌아올 때마다 오늘 내 하루에 대해서 물어봐 주었다. 그러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말을 해주고, 내 말이 끝나면 내가 반대로 타이라에게 타이라의 하루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일상에 대해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도 별로 안 끊기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KakaoTalk_20200628_122055589_01.jpg 타이라가 나한테 준 자메이카 기념품.
헤어질 때 #1: Have a good one! Have a great day/night!

미국 사람들은 친구와 헤어지든, 우버에서 내리든, 식사를 다 하고 나오든 남은 하루에 대한 행복을 빌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잘 가~ 안녕히 계세요~ 대신 쓰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Bye도 많이 쓴다.


Have a great day/night은 원래도 알고 있었던 문장이지만, Have a good one! 은 미국 와서 처음 접한 말이었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미국 와서 이 문장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Have a great day와 같은 의미인데, 조금 더 슬랭 느낌이 나는 문장이라고 한다. Goodbye와 Have a nice day를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쿨한 문장이란다.


헤어질 때 #2: Be safe!

정말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치안은 좋지 않다. 특히 밤에는 웬만하면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다. 도시 별로 치안 수준이 다르기는 한데, 애틀랜타의 치안은 딱히 좋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 미국의 낮은 정말 멋있지만, 밤엔 썰렁하고 쎄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무서워진다. 이중적인 느낌이 그렇게 들 수가 없다. 미국 현지인들도 조심하라고 할 정도니까.


그래서 특히 저녁엔, 많은 친구들이 안전을 빌어주었다. 덕분에 나도 밤에 다닐 때는 항상 긴장하고 다녔다. 이럴 때마다 치안 좋은 한국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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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의 낮과 밤.
I like your sweater!

모든 미국인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친화력 바이브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 잘 걸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잘 건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I like your 뿅뿅”이다. 물론 친한 친구들에게도 많이 들은 말이다. 특히 패션과 관련해서 자주 이야기하는데, I like your hat, I like your sweater 등등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의류를 대상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


미국 학교에서 합창 수업을 잠깐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 신발을 보고선 I like your shoes!라고 한 마디를 건넸고, 그 한 마디는 대화로 이어져 나에겐 새로운 친구가 생기게 되었다. 미국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면 이 문장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시길.

KakaoTalk_20200628_122055589.jpg 합창 수업 당시 신고 있었던 신발.
Do you mind~?

영어 회화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문장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도 많이 쓴다. 상대방에게 허락을 요구할 때 자주 쓰는데,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장소는 도서관이다. 상대방이 같은 테이블에 앉고자 할 때, 10번 중에 10번은 Can I sit here? 대신 Do you mind if I sit here? 를 썼다. 나 같았으면 전자의 문장을 썼을 텐데, 미국인들은 후자를 훨씬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자주 듣는 문장이었음에도, 대답을 할 때는 항상 한 번 생각을 더 하고 대답하게 되는 문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여기 앉아도 되나요?” “네” 이런 흐름이지만, 미국에선 “여기 앉으면 당신이 신경을 쓰시나요?”의 뉘앙스이기 때문에, 부정의 대답을 해줘야 긍정의 의미가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Yes라고 대답을 하면 앉지 말라는 의미가 되고, Not at all이나 No problem의 대답을 해줘야 한다. 이 질문과 대답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 손동작은 앉으라고 하면서 대답은 Yes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 상대방은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KakaoTalk_20200628_122055589_08.jpg 가끔 갔던 법대 도서관.
Chill / Chilly

미국에서 유행했던 말 중에 Netflix and chill이 있다. 다른 속뜻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넷플릭스 보면서 느긋하게 쉬자~라는 뜻이다. Chill이라는 단어를 팝송을 들을 때나 영어 랩이 있는 노래를 들을 때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어서 일상 회화 상황에서도 많이 쓰일까 궁금했는데, 평소에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꽤 많이 들렸다.


Chill은 기본적으로 냉기, 차가움의 뜻이 있다. 여기서 파생되어서 느긋하게 놀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친구에게 뭐했냐고 물어봤을 때, Just chilling! Chilling with my friends!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그냥 크게 별 일 안하면서 놀았다 그 뜻이 된다. 놀긴 놀았는데 거하게 놀진 않았다는 뜻.


애틀랜타의 겨울은 날씨가 매우 오락가락하다. 어느 날 추워서 긴팔을 입다가도 갑자기 다음 날 반팔을 입어야 하기도 하고, 갑자기 패딩을 입어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밖에 나가기 전에 룸메이트에게 날씨를 자주 물어봤는데, 그때 자주 돌아왔던 대답이 “It’s chilly outside”였다. 아주 춥진 않지만, 썰렁한 상태. 실제로 chilly 한 날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이 단어가 입에 붙은 이후로는 나도 가끔씩 It’s chilly 라며 그들 만의(?) 단어를 뽐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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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흐릿 chilly한 애틀란타의 겨울.
Good afternoon, folks!

수업 시작 후 교수님의 첫마디는 모두가 집중하는 유일한 한 마디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교수님께서 하시는 첫마디는 집중해서 듣게 되는데, 교수님들이 학생 전체를 지칭할 때 students 나 everyone 대신 folks라는 단어를 자주 쓰시는 것을 파악했다. 나에게 folk는 뭔가 민속적이고 전통적인 단어 느낌이 들어서 처음에는 이 단어가 굉장히 어색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뉘앙스의 단어로 배운 것 같다. 그런데 사전에 검색해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뜻은 가장 기본적인 뜻이 아니었다.

2020-06-28 11;52;40.PNG 출처: 네이버 사전

원래 특정 교수님 한 분에게서만 이 단어를 들었었는데, 한 번 단어가 들리니까 다른 교수님들께서 쓰시는 것도 들렸다. 심지어는 미드에서도!

KakaoTalk_20200628_122055589_04.jpg 항상 Good afternoon, folks! 를 외쳤던 교수님의 주류 테이스팅 수업.




대부분은 그저 영어 쓰는 한국인일 뿐이었지만, 아주 가끔 미국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미국 사람들이 쓰는 말들을 나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 때.


이 감정을 자주 느끼고 싶다면, 많이 듣고 많이 말해보는 연습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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