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회사 생활 프롤로그
중간고사 날이었다. 시험 보기 전에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동시에 하고 있었던 대외활동 팀원 오빠로부터 연락이 왔다.
“잉디야, 너 혹시 인턴할 생각 있어? 우리 회사에서 인턴 한 명 더 뽑는데~업무는 알바랑 비슷하구~...”
학교 다니는 일에 너무 지쳐버려서 차라리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회사 자체에 대해서도 내가 어느 팀에 소속될 것인지도 잘 몰랐지만 꽤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하지만 덥석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니, 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이런 제안을 거의 처음 받아본 것이기도 했지만, 비슷한 제안을 받아도 생각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시간이 좀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에게 제안을 해준 대외활동 팀원과 만날 일이 꽤 있었고(한창 진행 중인 활동이었다), 지속적으로 나의 의사를 물어봐 준 덕에 내 결정을 내리는 데 조금 더 수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원 오빠가 흘러가듯 이야기해준 회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렸고, 미팅과 면접 사이 무언가인 일정을 잡았고, 11월 중순의 어느 날 새로운 잠재적 일터로 향했다.
대표님만 뵙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COO님과 내가 속하게 될 팀의 팀장님도 함께 자리해주셨다. 자기소개를 먼저 하는 여느 면접과는 다르게 앉자마자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내가 주로 하게 될 업무에 대해서 들었다. 아무리 지인 추천으로 가게 됐다고는 해도, 막상 봤을 때 회사 측에서 나를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채용이 안될 가능성도 열고 간 상태였다. 심지어 나는 학교와 병행해야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말씀하시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채용이 확정된 상태에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고, 내 학교 사정이나 들쑥날쑥할 출근 일정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으셨다. 오히려 학교 일을 열심히 하라고 북돋아주셨다. 이렇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나의 본업을 중시해주는 회사의 분위기가 내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질문과 답변이 쌍방향으로 몇 번 오고 간 후, 대표님께서 더 궁금한 점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나는 제일 궁금했던 점이, 나의 배경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실 분들이 어떤 점을 보고 나를 이렇게 채용하시나에 대한 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팀원 오빠가 제안해서 그냥 간 것이었기 때문에 이력서도, 자기소개서도 내지 않았다. 아무리 업무 자체가 알바스럽기는(?) 해도, 회사와 핏이 안 맞는 사람일 수도 있고 회사가 원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뭐 때문에 나에게 이런 투자를 기꺼이 하시는지 가장 궁금했다. 그 자리가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기도 해서, 이 점에 대해 나름 용기를 가지고 여쭤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를 추천해준 팀원 오빠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이 분이 회사에서 워낙 성실하게 잘 일해주고 계셔서, 이 분이 추천해준 사람이라면 믿고 채용해도 된다에 대한 생각이라고 하셨다. 이 얘기를 듣고 든 생각은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지인 채용을 가장 선호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미팅을 마쳤고, 이미 정해져 있었던 몇몇 일정들이 있어서 약 1주일 후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다니!
"Connecting the Dots"
언제부턴가 이 말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내가 계획하고 있지 않았던 일들이 하나씩 연결되어 기회를 만들었고, 인연을 만들었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다. 지금의 기회도 위에서 언급한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것이고, 대외활동도 내가 올해 초 갔었던 교환학생을 예정대로 끝마치고 왔더라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두드린 경험들이 어떤 또 다른 경험으로 이어질지 모르기에 어떤 경험이든 도전해보고 두드려보길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인 만큼, 내 자리에서 열심히 잘해보려 한다. 또 어떤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