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GDI 잉디 Dec 31. 2020

04. 좋은 동료들의 힘

2020년 12월 연말정산

나에게 이번 12월은 꽤 힘든 달이었다. 


12월 초, 개인적인 일로 내 멘탈의 감정 영역이 무너졌었다. 멘탈을 겨우 붙잡으며 내 감정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 앞엔 회사, 수업, 과제, 팀플, 시험까지 내가 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일들이 쌓여만 갔다.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건강 검진에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였는데. 생각보다 몸이 많이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지, 몸이 바로 반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 상태가 어느 정도였냐면 기말고사를 보러 학교에 잠깐 갔었는데, 교수님께서 돌아다니시면서 내 시험지를 보시더니 나보고 정신 차리라고 하실 정도였다. 그 말씀을 듣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제정신이 아니었다.

퇴근 후 팀플 밤샘 회의에 진심으로 지쳐버린 나였다.

몸도 마음도 아팠던 시기였지만 해야 할 일들을 안할 수 없어 열심히 버텼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를 버티게 해 준 건 회사의 동료들이었다.


사실 회사에서 힘든 티를 별로 안 내려고 했다. 기말 시즌이라 워낙 바쁜 시기인 것을 회사에서도 알고 계셨고, 배려를 많이 해 주셨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맡은 바 충실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가끔씩 힘든 모습이 보였는지 어두운 기운이 내뿜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ㅎ)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일단 회사에 가면 웃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시덥지 않은 농담들, 맨날 뭐 사신다고 경영지원 동료 분께 혼나는 대표님,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는 행위에 대한 논쟁 등등 잡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요소들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동료 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보내는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 


동료들의 말과 행동들이 방전된 나를 충전시켜주듯 했고, 그 하루하루가 모여 12월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어떤 동료 분은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마세요”라고 말씀해주시며 달달한 선물을 주셨고,

어떤 동료 분은 입맛이 없어 점심을 거른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를 조용히 건네주셨고,

어떤 동료 분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셨고,

어떤 동료 분은 얼른 시험공부하시라며 퇴근을 부추기셨고,

또 어떤 동료 분은 업무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소소한 재미를 주셨다.




내가 동료들에게 힘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들이 나를 공적인 존재로만 생각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사의 일보다 내 건강이 먼저고, 내 본업이 먼저고, 내 자신이 먼저라고 생각해주시는 동료 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회사를 갈 수 있는 힘이었다.


나는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많이 얻는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일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좋은 동료들과 같은 조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업무적인 측면에서 훌륭하신 것은 물론이고, 서로를 존중하며 더 좋은 회사와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이 회사에 애정을 갖게 만든다. ‘좋은 동료’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비단 회사 안에서만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 만나더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 더 알아가고 싶고, 더 배우고 싶고,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동료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더 좋게 바꾸고자 하는 비전에 공감하여 한 배를 탄 사람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사의 모든 동료들에게 글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사무실 보드에 그려진 작품. 아휴 아니고 아듀 2020-

힘든 시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는 시기도 오기 마련이다. 2020년이 하루도 채 안 남은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지난 일들이 이제는 과거가 되었고 무사히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도 안정을 다시 찾았고, 쉽지 않았던 4학년 2학기도 꽤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고, 건강도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들이 있어야만 꼭 행복한 것이 아니라, 크게 안 좋은 일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쥐띠의 해이자(내가 쥐띠여서), 숫자가 참 깔끔하니 예뻐서 좋은 일들만 가득할 줄 알았던 2020년이었지만 최악의 해로 꼽힐 수 있을 만큼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 많은 것이 변했고, 새롭게 적응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 새해가 밝고 얼마 되지 않아 미국으로 떠났지만 2개월 반 만에 돌아왔고, 자가격리를 해봤고, 1년 동안 온라인 수업을 들었고, 새로운 만남과 이별이 있었고, 새로운 조직에 속하게 되었고, 면허를 따기도 했다. 그동안 꽤 열심히 살아왔기에 올해는 조금 쉬어가는 해가 되지 않을까 했지만, 돌아보니 올해도 열심히 살고 싶은 욕심들이 다분히 묻어 있는 해였다. 그리고 올해 역시 좋은 사람들 덕분에 한층 더 다채로웠던 2020년이었다. 


새로운 해에는,

내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추상의 영역에 있는 것들을 구체화시키는 연습을 해야지. 더 많이 웃어야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야지.


안녕 2020년!

매거진의 이전글 03. 페이히어는 이렇게 일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