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GDI 잉디 Jan 20. 2021

06. 첫째 회고: 지난 두 달간 나는

지난 11월부터 현재 1월까지

페이히어와 함께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내가 두 달이나 다녔나 놀라다가도,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를 들여다보면 지난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 시간이 흐르긴 흘렀구나 생각이 든다.


종강을 하고 나서부터는 회사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내 생활의 80%는 회사로 채워지게 되었다. 회사의 동료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이 소통하면서 페이히어의 일원으로 점점 녹아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무리 인턴이지만 일시적인 계약직으로만 대하시지 않는 동료들의 역할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입사 초기와 두 달이 흐른 지금을 비교해보면 내 마음가짐이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입사 초기엔 솔직히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돈이나 벌자’는 마음이 컸다. 업무 자체도 알바스러웠고, 커리어적으로 눈에 띄는 어떤 무언가를 바라기 쉽지 않았다. 다만 점점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몸담으면서 스타트업을 좀 더 관찰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자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을 해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경험이 주어졌다.


지난 두 달간의 나를 돌아봤다.


업무 회고

이번 기회에 세어보니 약 150개의 카드 가맹 업무를 처리했다. 하루에 처리해야 할 건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도 하고, 일이 매일 들쑥날쑥해서 많이 처리할 때도, 적게 처리할 때도 있었다. 단순 반복 업무라 재미있다고 말하긴 여전히 힘들지만 업무를 계속하다 보니 처리 속도도 빨라졌고, 자신 없었던 전화 업무도 나름대로 자연스러워졌다.


초반엔 별생각 없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처리하기만 했다. 사실 평소에는 일을 처리하느라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일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씩 바뀐 것 같다. 나는 유선 상일뿐이지만 가맹점 사장님들을 만날 수 있고, 회사에 필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또 내가 이 일을 단독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영팀 분들과 가맹 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진행해가는 과정들이 협업의 일부라고도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겉으로 보기에 재미없고 단순히 반복되는 업무라도 조금 더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해가고 싶은 마음.


마음가짐 회고

올해부터 회사에서 OKR을 도입했다. 회사의 OKR이 전사적으로 공유되었고, 개별 OKR은 각자 고민 후 대표님과의 1대1 미팅을 통해 논의되고 결정되었다. 나는 어쩌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준기님과 정말 오랜 대화를 통해 나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도합 12시간은 넘은 것 같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서 가장 불명확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기존 가맹 업무 이외에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려고 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대화와 논의가 필요했다.(그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ㅎㅎ)

얼마 전 있었던 OKR 공유의 장

회사에 이런 일이 필요하니까 이 일을 해주세요! 가 아니라, 앞으로 나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커리어적인 발판을 다지기 위해 나에게 초점을 맞춰 함께 고민해주셔서 나로선 너무나 감사하고 좋은 기회였다. 덕분에 내 입장에서도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커리어를 그려가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계속 미뤄왔던 고민이고 언젠가는 했어야 할 고민이었는데(그것도 혼자), 회사의 상황과 잘 맞물려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나로선 의미가 크다. 회사에서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업무 이야기는 차차 공유하겠다.




OKR이 결정된 후 앞으로 하게 될 일을 며칠간 맛보기로 진행을 했었다. 관련 분야에 대해서 책도 읽기 시작했고, 직원 분들 앞에서 간단한 발표도 했다. 지난 며칠간 느낀 점이자 앞으로 계속 마음속에 새기고자 하는 생각들은,


일을 똑똑하게 잘하고 싶다.

    -아직 업무적인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것이 스스로 느껴진다. 지금은 노가다스럽고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만의 노하우가 차차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준기님이 항상 마음속에 새기라고 하신 말씀인데, 완벽주의자 성향이 어느 정도 있는 나에게 굉장히 필요한 말인 것 같다. 100% 완성이 될 때까지 시간을 무한히 쓰기보다 80%의 완성도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융통성 있게 붙여가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일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시간을 잘 쓰는 연습을 해보자.

    -내가 이번 분기에 정한 OKR은 기존에 하던 가맹 업무에 덧붙여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맹 업무가 많으면 다른 일은 밀리기 마련이다. 업무 시간 내내 가맹 업무를 하고 오후 6시 정도가 되어서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때도 생긴다. 이럴 때 우선순위를 딱 세워 두고 할 일을 명확히 세워 둔다면 우왕좌왕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회고 때는 우왕좌왕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얼마만큼의 성과와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좀 더 성장할 나 자신을 기대하면서 할 수 있는 능력껏 해보자.




지금의 마음가짐은 입사 초기에 비해 오히려 무거워졌다. 책임감이 더 생겼고, 조금의 부담감이 얹어졌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앞으로 나 자신에게 실망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가벼웠던 예전에 비해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 앞서 얘기한 감정들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든 성장시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몇 개월 후에 변화될 나를 기대한다면 지금의 이런 시간들이 너무나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임을 믿는다. 설령 이번에 설정한 방향성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 방향일지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나의 성장에 맞춰 일을 주셨고, 하고 싶은 일을 다해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 두 달간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동료들의 동기부여, 준기님과의 오랜 대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 앞으로의 나에 대한 기대 등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느껴진다.


다음 회고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05. 페이히어는 어떤 재미로 일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