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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GDI 잉디 May 01. 2022

아무튼, 내일도 출근!

어려움과 고민 속 따뜻함과 감사함의 찰나

피플 앤 컬쳐 담당자로서 맡고 있는 일 중 하나는 새로 오신 분들과 원온원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는 일이다. 새로 오신 분들께서 입사하신 지 한 달이 되면, 나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거창한 자리는 아니고, 한 달 동안 어떠셨는지, 생활하시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 아쉬운 점은 없으셨는지, 페이히어라는 회사는 어떠신 것 같은지, 적응하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등을 여쭤보는 자리다. 새로 오신 분들께는 지난 한 달을 돌아보는 자리가 될 수도 있고, 나에게는 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새로 오신 분들은 지금 규모의 페이히어를 처음 경험하시기 때문에, 조금 더 제삼자의 시각에서 회사를 바라보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내가 느끼고 있지 못하는 일들을 새로 오신 분들께서는 느끼고 계실 때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원온원 미팅을 좋아하는 편이다. 원온원 미팅에선 일보단 조금 더 사람 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느낀다. 주제는 일이더라도, 일과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상대방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람 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물론 그 자리를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늘 있다(ㅎㅎ). 


얼마 전 3월에 새로 합류하신 분과 원온원을 진행했었다. 여느 원온원과 비슷한 흐름으로 질문을 드리고, 답변을 받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화의 흐름 속에서 동료 분이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셨다. 페이히어에 오기 전까지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고민을 하시고 계셨고, 어떻게 페이히어라는 회사를 선택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신지 등을 진솔하게 들려주셨다. 어떻게 보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실제로 동료 분도 예전 이야기를 하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않으셨다.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이니까.) 나에게 진솔하게 털어 놓는 동료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짐을 느꼈다. 


동료 분이 본인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줌으로써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문득 이런 게 내 역할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동료의 눈을 마주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는 내 모습을 보고 동료 분도 나에게 ‘P&C 포지션이 천직인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 나의 모습은 나에겐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것이 누군가에겐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


처음 이 내용을 봤을 때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동료는 그 동료 만의 과거를 가지고 회사에 와서 현재를 만들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릴 사람이다. 지금 우리 회사에 있다고 해서 과거의 경험들이 모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 회사에 있을 수 있고, 그 경험으로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간다. 원온원을 진행한 동료 분도 실제로 이 생각을 가지고 회사에서 일을 임하신다고 하셨다. 


원온원 말미에는 동료 분들께 공통의 질문을 드린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 점수를 매겨본다면, 몇 점인가요?

동료 분께서 65점을 주셨다. 생각보다 높지 않은 점수였는데, 들어보니 못 채워진 35점이 100점에서 깎인 점수가 아니라, 앞으로 채워갈 기대감에 대한 35점이었다.

대부분 같은 질문을 드리면 100점을 기준으로 아쉬운 점을 깎아 점수를 말씀해 주시는데, 이렇게 긍정적인 관점으로 답변을 해주시는 분도 있어 새로웠다. 동시에 그렇게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보통 원온원은 짧으면 1시간, 길면 1시간 반 정도 진행한다. 이번 한 시간 반 동안의 원온원은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던 애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 애정의 감정을 지속할 틈도 없이 다음 미팅에 들어가야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을 뿐이다. 




이전 글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이야기했는데,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이걸 나 스스로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작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 어려움들을 올해는 날이 가면 갈수록 몇 배로 느끼고 있다. 어떤 분께서 내가 이렇게 어렵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내가 알게 된 게 많아져서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이 일을 어느덧 1년 넘게 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거쳤고, 다양한 리소스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다. 


요즘 내 머릿속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로드맵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멀리 바라보는 일과도 어느 정도 이어져 있는 맥락이다. 이번 분기 P&C 팀의 목표 중 하나는 P&C 의 로드맵을 그리는 일인데,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동료 선영님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그려 보니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task 의 일부. 


이 수많은 일들 안에서도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고, 동시에 앞으로 더 커질 회사의 규모를 위해 미리 대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요즘 네트워킹 및 인사이트 목적으로 같은 분야에서 경험이 더 많으신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리드의 관점에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보다 더 큰 관점에서 이야기들을 해주시곤 했다. 그러다 보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새삼 사소해 보이고, 앞으로 해야 할 고민들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위에 언급한 task 들이 그저 사소한 task 들의 나열일 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우리가 맡고 있는 task 들을 더 효율화시키거나 누군가에게 위임하는 생각도 해봐야 하고, 동료들과 우리 회사의 문화를 align 하는 일도 고민해야 하고, 앞으로 다가올 우리 회사의 규모를 위한 사전 준비도 해야 한다. 



우리가 각 위치에서 해야할 일을 도식화하니 심플하다. 물론 심플한만큼 어렵다.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을 혼자 다할 수는 없으니, 우리와 잘 맞을 동료를 잘 모셔와서 함께 만들어가는 일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어떤 동료가 필요하고, 페이히어의 P&C 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 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P&C 팀은 어떤 비전을 가질 것인지, 그리고 우리 팀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만의 정의도 필요할 것이다. 하나의 팀을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링크드인을 둘러보다가 어떤 분께서 올리신 글을 봤는데, ‘스타트업은 단순히 문제만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세상을 준비하고 앞당기기도 하면서, 초고속 성장하는 회사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말에 굉장히 공감이 되는데, 단순히 회사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그 안의 팀의 관점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회사에 산재되어 있을 문제들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나아가 앞으로의 성장할 회사를 미리 준비하면서 빠르게 성장해야 함을 느낀다.




날이 가면 갈수록 고민은 늘어가고, 점점 어려워지는 일 투성이인 것 같지만 내가 이런 고민들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일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앞으로 그 기회는 계속 올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도 된다. 물론 부담도 되는 일이지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동료가 있고, 나에게 앞으로 더 다양한 경험들이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선영님의 도움을 받아 좋은 기회가 되어서 다른 회사의 채용 담당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나와 선영님이 하는 고민들이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고민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 (?) 할 수 있었다. 우리만 해결 방법을 못 찾았나 싶지만,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상황이신 것만큼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느꼈다.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서두에 언급했던 원온원을 통해서 느낀 건, 내가 회사에서 P&C 의 포지션으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역할 중 하나가 사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동료들이 가진 생각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훌륭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고, 이런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난 내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어렵지 않은 일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수많은 어려움과 앞으로 다가올 고민들 속에서도 든든하게 자리 잡혀 있는 따뜻함과 감사함에, 나는 아무튼 내일도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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