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높이, 꽃의 방향까지 고민한 3단 케이크 작업기
한국화 여성 작가회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위한 케이크 제작이 시작되었다.
예술을 전공한 작가님들을 위한 케이크라니, 작업 전부터 마음이 바짝 긴장했다.
상담을 위해 직접 방문해주신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작업이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하나의 ‘헌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규모를 고려해 케이크는 3단으로 구성했다.
아래부터 4호, 2호, 그리고 맨 위는 미니 사이즈.
사이즈를 정하는 것부터 색감을 고르는 것까지, 모든 결정이 조심스러웠다.
컬러는 전시 도록을 참고해 옐로우와 푸시아를 메인으로 잡았다.
처음엔 두 색을 섞어 배치할까 고민했지만,
각자의 영역을 살려 도록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간 층은 옐로우를 아래에, 푸시아를 위에 배치해 색의 안정감을 주었다.
떡을 찌는 동안,
탑 케이크의 높이를 조금 더 올리면 숫자 ‘25’가 더 돋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니 케이크의 높이를 10cm로 조정했다.
작은 변화지만, 시각적으로 꽤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꽃은 봉우리보다 활짝 핀 모습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따라,
만개한 꽃들 위주로 파이핑을 진행했다.
앙금으로 피어난 꽃들이 백설기 위에서 작은 정원을 이루는 느낌이랄까.
떡과 꽃이 모두 준비된 순간, 백설기 앞에 서서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잘 해보자.”
맨 위에는 25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앙금을 올렸다.
숫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고,
여백이 살짝 허전한 부분엔 버터플라이 러넌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작업을 마무리하며 전체적인 균형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묵직한 3단 떡케이크를 들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으로 향했다.
전시장 입구에 붙어 있는 도록을 마주한 순간, 반가움과 긴장이 동시에 밀려왔다.
전시장 안에 케이크를 놓고 인증샷도 남겼다.
작업실의 밝은 조명과는 달리, 전시장 안은 노란빛이 감돌아 케이크의 색감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공간의 온도처럼 느껴졌다.
처음 시도해본 3단 케이크.
케이크 전달까지 무사히 마치고 돌아서는 길,
마음속에 조용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실수 없이 잘 마무리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 순간, 케이크를 바라보며 느꼈던 뿌듯함이 천천히 마음을 채웠다.
손끝으로 만든 무언가가 누군가의 기념일에 의미 있게 놓인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