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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수필교실

또 다른 공간에서의 나

by 초코파이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감사 케이크 앞에서 다 함께 손뼉을 치며 불렀던 그 따뜻했던 가사와 멜로디가 아직도 내 입가에 맴돈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강좌는 초등학생 아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이제 시간 여유가 생긴 나도 한번 들어볼까? 들여다보았다.

수필 교실...


퇴사 후 읽게 된 어느 책을 통해 앞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려면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일기조차 안 쓰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나 보다. 수강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첫 수업 날, 부득이하게 결석을 하였다.

두 번째 수업 날, 미안한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다. 수강생들의 뒷모습만 봐도 연령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순간 낯선 기운이 나를 사로잡았지만, 평일 낮 성인 강좌에 내 또래가 있을 거란 기대가 잘못된 것이었다.


수필에 대한 이론을 설명해주시고, 곧바로 수강생의 수필을 함께 읽으며 수정해 나갔다. 선생님의 포인트는 예리하면서도 정겨웠다. 수강생이 놓칠까 다시 한 번 강조해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수업이 무르익으니 낯선 기운은 사라지고 나도 천천히 스며들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의 글을 읽으며 알지 못했던 옛 학창시절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었다. 글을 통해 그 사람을 알게 되는 느낌이 좋았다.


"문단 등단을 축하합니다." 수강생들이 모두 취미로 글을 쓰는 줄 알았는데, 등단했다는 소식에 놀랐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에 아직 서툴지만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었다. 시간 여유가 없어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심플한 케이크를 완성했다.


"이런 건 어디에서 사요?"

옆에 앉으신 선생님께서 물어보시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여 미소만 지었다. 오늘의 주인공 작가님도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해 주셔서 기분 좋은 추억이 되었다.

KakaoTalk_20250131_112606619.jpg 등단 축하식




<‘자, 오늘은’ 성시경 with friends>

성시경을 좋아하는 수많은 40대 여성 중 한 명으로서 성시경 콘서트를 TV에서 한다는 소식에 채널을 틀었다. 가장 어린 성시경이 20년 넘게 차이나는 선배들까지 모셔 대규모 콘서트를 3년째 열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내빈들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하는 말은 하나였다.


"시경 씨 덕분에 선후배 만남의 자리가 생기고 추억이 생겨서 기쁘다.
오래 하고 싶다."


이 인터뷰를 보면서 수필창작반 선생님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올랐다.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 ChatGPT 시대에 발맞추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 그리고 감사를 인공지능이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소중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 준 수필 수업이 올해 나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한 직장에서 십여 년 넘는 시간을 보내왔다. 앞으로 나의 새로운 인생 2막에서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고 싶다. 그 전에 수필창작 수업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직접 인사드리진 못했지만, 내공 가득한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늘 건강하시고 긍정의 힘이 넘치는 웃음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KakaoTalk_20250131_121100132.jpg 이수 생각isoo’s thought _ 전이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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